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등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항소 시한을 불과 7시간가량 남겨놓고 나온 결정이다.
대검찰청은 27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은 ‘패스트트랙 관련 자유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등 사건’ 1심 판결과 관련해 수사팀·공판팀 및 대검과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를 거쳐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범행은 폭력 등 불법적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죄책이 가볍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 검찰의 구형 대비 기준에 미치지 못한 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범행 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고,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는 않은 점에 더해 사건 발생일로부터 6년 가까이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19년 국회에서 있었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총리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다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재판부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벌금 총 2400만원(특수공무집행방해 2000만원·국회법 위반 400만원), 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게 총 1900만원(1500만원·400만원)을 선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벌금 총 1150만원(1000만원·150만원), 이철규 의원은 550만원(400만원·150만원)을 선고받는 등 현역 의원 6명 모두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피고인인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피고인만 항소했을 때 1심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 선고형량이 상한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항소 여부는 이달 초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주목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된 대장동 사건에서의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며 이번 사건 항소 여부도 지켜보겠다며 날을 세웠고, 민주당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이번 항소 포기는 대검 예규를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항소기준에 대한 대검예규 제14조 제1항제1호에 따르면 형종이 달라진 경우 항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항소를 하지 않은 것은 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나경원 의원에 대해 해당 사건의 범죄행위 외에 현재까지 법사위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국회법 위반행위가 양형에 반영되지 않아 항소를 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피고인들의 범행동기에 사적이익 추구가 없었다는 주장은 국회법위반 자체가 국가적법익 침해와 공적영역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라며 “권력자들의 버티기 전략과 시간끌기 전략을 검찰이 정식으로 인정해 준 후안무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