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후반이 되면 성장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고,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시기 많은 부모들은 “성장판 닫히면 키가 안 크나?” 걱정한다. 성장판 폐쇄를 성장 종료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하는 시기에도 성장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제는 성장판 그 자체보다, 청소년기의 생활습관이 성장 속도를 크게 바꾼다는 점이다. 늦은 취침,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패턴, 활동량 감소, 불규칙한 식습관 등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하시켜 사춘기 시기를 앞당기고, 결국 성장판이 더 빨리 닫히도록 만들 수 있다.
성장 둔화는 단순한 유전적 요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학교 2~3학년, 남학생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와 겹치는데, 이때 생활환경이 무너지면 성장판이 열려 있어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성장판이 닫히면 키가 크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도 성장판의 상태보다 생활 패턴이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성장특화센터·맞춤운동성장센터 키네스의 김양수 대표원장(이학박사)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라 해도 생활환경을 정비하면 3~5cm 수준의 추가 성장이 나타나는 사례가 있다”며 “성장판 여부만을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형 불균형,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스트레스 증가 등은 성장판보다 성장 속도를 더 크게 흔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의 성장환경이 무너지기 쉬운 이유는 명확하다. 학업 부담 증가로 활동량은 줄고, 늦은 귀가와 불규칙한 수면이 반복되며, 간편식이나 고열량 식품 섭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숙 시기를 앞당겨 최종 신장을 예측보다 더 낮게 만들 수 있다. 특히 155cm와 160cm, 169cm와 174cm 사이처럼 최종키 5cm 차이가 가져오는 심리적·사회적 체감은 크다.
성장 전문가들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라도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생활 패턴을 바로잡으면 성장 가능성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체형 교정, 수면 루틴 개선,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관리 등은 성장판 폐쇄 여부와 상관없이 성장환경을 최적화하는 핵심 요소다.
김양수 박사는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성장환경이 멈춘 것일 수 있다”며 “생활습관을 다시 정비하면 예상보다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신체 활동,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노력은 성장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본 조건으로 꼽힌다.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여도 아이의 생활환경을 바로잡으면 예상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청소년기의 작은 변화가 최종키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니, 아이의 현재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성장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