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8000명이 퇴직연금 1.8조 깨서 집샀다

지난해 6만7000명이 3조 중도인출
주택구입 56.5%, 주거임차 25.5%

중도인출 현황. 국가데이터처 제공

 

#30대 가장 A씨는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이참에 서울 강북구에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대폭 줄어 매입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해지나 중도 인출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한편으론) 노후 자금까지 끌어와 집을 사는 게 맞는지 싶기도 하다”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쓴 이가 지난해에만 3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액은 431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도입 대상 사업장(164만6000개) 중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43만5000개로 전년보다 1.4% 늘었다. 도입률은 26.5%로 전년과 거의 비슷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6만7000명이었다. 인출금액은 3조원으로 12.1% 늘었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 모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늘었다.

 

 중도인출 사유는 인원 기준, 주택구입이 56.5%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주거임차(25.5%), 회생절차(13.1%) 등의 뒤를 따랐다. 20대 이하는 주거임차,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구입 목적의 중도인출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주택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3만8000명, 금액은 1조8000억원이었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려워지자, 노후 자금까지 동원해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제도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은 214조원(49.7%), 확정기여형(DC)은 116조원(26.8%),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99조원(23.1%)을 각각 차지했다. DB형의 비중은 전년보다 4.0%포인트 감소하며,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IRP는 세액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3.1%포인트 증가했다. IRP는 가입 인원 기준으로 보면 35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1.7% 늘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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