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금융권은 말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 환갑을 맞은 1966년생 수장들의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은행권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힘찬 질주를 예고했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은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강 행장은 ‘디지털 넘버원 뱅킹’ 선언과 함께 조직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 부문을 신설하고 스테이블코인 전담 조직을 꾸렸다. 이어 기업금융전문역(PRM) 도입과 여신 심사 고도화를 통해 자금을 생산적 영역으로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년 차로 농협은행의 디지털 대전환 성패를 가를 중요한 해를 맞았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IPO(기업공개) 완주’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사실상 연임 체제로 경영 연속성을 택한 케이뱅크는 내년 7월까지 반드시 상장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행장은 중금리 대출 고도화와 AI 심사 시스템, 가상자산 융합 모델을 앞세워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세 번째 IPO 도전인 만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북은행의 새 지휘봉을 잡은 박춘원 행장은 ‘체급 키우기’에 돌입했다. JB우리캐피탈을 업계 선두로 이끈 박 행장은 전북은행의 수익 구조를 벤처 캐피탈(VC) 투자, 기업금융 등 비은행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은행의 한계를 딛고 전북은행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워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은 ‘자산관리(WM)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걸었다. 씨티은행 철수 후 소매금융을 유지하는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라는 이점을 살려, 글로벌 금융 노하우를 국내 PB 시장에 적극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를 WM 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으로 삼은 이 행장의 차별화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도 1966년생 말띠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은 핵심 목표로 기업금융(IB) 부문 강화를 내세웠다. 먼저 금정호 신영증권 대표는 18년 임원 경력의 ‘정통 신영맨’으로서 단독 경영 체제 전환했다. 신임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취임한 황성엽 전 대표의 공백을 메우게 된 금 대표는 기존의 ‘자산관리 명가’라는 브랜드에 IB 수익 다각화 전략을 더해 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정준호 SK증권 대표는 공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업금융 총괄 산하에 ECM(주식발행시장) 본부를 신설해 3본부 체제를 구축하는 등 IB 영업력을 대폭 키웠다. 이어 패시브영업본부를 새롭게 꾸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 등 틈새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행정고시 32회 관료 출신인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는 ‘디지털’과 ‘IB’의 투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재정경제원·교육과학기술부·미래창조과학부 등을 거친 고 대표는 디지털혁신총괄을 직접 겸직하며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IPO 조직 확대를 통해 IB 부문의 기초 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제2금융권 말띠 수장들도 눈에 띈다. 곽희필 ABL생명 대표는 올해 우리금융 편입에 맞춰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연임에 성공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는 그룹의 시니어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한다.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는 통합 앱 ‘모니모’를 중심으로 신사업 발굴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승부수를 띄운다. 1954년생인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경영 정상화와 어업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