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현장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피할 수 없는 성장통”으로 보면서 제도·문화 통합이 진행될수록 장기적으로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T2 이전 후 드러난 불편…통합 설계 보완의 ‘리트머스 시험지’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일정에 맞춰 1월 중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T2로 이전했다. 기존 T2는 대한항공이 주로 활용해 온 공간으로, 이번 이전을 계기로 양사 운항·객실 인력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단일 허브 체제’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브리핑실·락커룸 등 일부 운영 시설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이르며 출퇴근 시간대 혼잡, 대기 공간 부족, 이동 동선 불편 등의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 익명 게시판과 외부 커뮤니티에는 “업무 준비 시간이 길어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대기 시간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편을 실제 통합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로소 확인된 과제로 본다. 통합 운항센터(IOC) 신축과 시설 확충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초기 혼선은 향후 인프라 설계를 정교화하는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향후 투자와 보완 방향이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 임금·직급·보직 조정…‘통합 룰’을 만드는 과정
임금, 연공서열, 보직 조정 등 구조적 요소에서도 이해관계 조율이 진행 중이다. 양사 평균 보수 수준과 임금 체계, 인턴 기간 포함 여부 등 근속 인정 기준이 서로 다른 만큼, 단일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승무원 조직의 직급·보직 배분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일부 직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는 두 회사의 제도와 문화를 단일 룰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승진·보직·보상을 둘러싼 기준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인수·합병과 화물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임금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따라서 향후 단일 임금·직급 체계가 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게 설계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만 양사 직원이 공통으로 납득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진다”고 짚는다.
◆ 인식 차이와 감정의 표출…‘소통 강화’ 필요 신호로 읽어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화돼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에서 피인수 기업이 인수 기업의 시스템에 맞추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고용 승계와 사업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일부 글에서는 조직문화 차이, 텃세 논란, 브랜드·보수 수준을 둘러싼 우열 인식 등 감정적인 표현도 함께 등장한다.
특히 아시아나 측 일부 게시글에는 피인수 기업 직원으로서 느끼는 박탈감과 향후 처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최근에는 협박성 글로 수사기관이 개입하는 사례도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 더 촘촘한 심리적 케어와 소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 산업 특성상 안전과 직결된 직무가 대다수다. 이에 직원들의 심리 안정과 조직 갈등 관리는 리스크 요인이자 동시에 경쟁력 강화의 핵심 조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불만과 긴장이 잘 관리될 경우 오히려 단일 기업 문화와 안전 문화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물리적 통합’에서 ‘대통합’으로…성장 발판이 될 수 있는 조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지분 취득을 통해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하고 법인 합병과 단일 브랜드 출범을 목표로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선·기재·시스템 통합 등 물리적 영역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현장 갈등은 주로 인력·임금·조직문화 등 제도·심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통합 논리의 중심축이 재무·네트워크·시너지에서 직원 관점의 통합 원칙으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임금·승진·배치 기준을 얼마나 명확하고 공정하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갈등이 단기 진통으로 끝날지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이어질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떤 그룹이든 대형 통합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은 피하기 어렵다”며 “노조와의 교섭, 내부 커뮤니케이션,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제도적 대통합’을 이뤄낸다면 지금의 혼선은 통합 항공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