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쿠팡 ‘셀프조사’ 의혹 정조준…로저스 대표 첫 출석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오후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되는 소환조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로저스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TF가 꾸려진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첫 소환 조사다. 로저스 대표는 서울경찰청 청사에 도착해 “쿠팡은 그동안 그래왔듯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 유출 규모와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부 조사와 수사를 방해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그를 상대로 쿠팡이 경찰 몰래 피의자를 중국에서 접촉하거나 노트북을 회수해 포렌식한 경위부터 조사할 예정이다.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3000건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최대 3000만건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부 증거를 없애거나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 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이러한 자체 조사가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정원이 이를 부인하면서 위증 혐의도 제기된 상태다. 이와 함께 2020년 사망한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 씨의 산재 책임을 축소·회피하는 내용의 보고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하버드대 동문인 로저스 대표는 ‘쿠팡 2인자’로 불린다. 

 

이번 소환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 끝에 이뤄졌다. 그는 국회 청문회 직후 출장을 이유로 출국한 뒤 두 차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외국인에 대한 출국정지를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이날 조사는 통역을 동반해 진행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 직후 출국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찰은 조사 내용에 따라 추가 소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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