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짬짜미한 제당 3사에 4083억 철퇴…역대 담합 과징금 2위

사업자당 평균은 1360억원으로 역대 최대
원료값 인상 시 신속 반영…업체에 공동 압박도
대표·본부장·영업팀장 등 직급별 합의 진행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의 담합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의 담합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교란 행위를 엄단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국내 설탕 시장을 장기간 과점한 3개 업체가 짬짜미를 반복하다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과징금 합계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것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업체당 평균 과징금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사업자 간(B2B)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합계 4083억1300만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들 제당 3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실행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이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제당 3사는 설탕 원료 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빨리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해 실행했으며, 가격 인상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를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반대로 국제 원당 가격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그 시기를 지연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제당 3사는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으며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하고 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A음료회사는 이 업체에 가장 많이 설탕을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이 담당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B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협상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부과한 6689억원(2010년)에 이어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두 번째로 과징금 규모가 크다.

 

업체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제당3사가 담합으로 올린 관련 매출액은 3조2884억원이고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15%라고 설명했다.

 

시정명령에는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 내역 보고 명령, 법 위반 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실시 및 보고 명령, 영업팀 담합 여부 자체조사 및 보고 명령,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규정 신설 및 보고 명령이 담긴다.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에도 비슷한 방식의 짬짜미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024년 3월 이번 사건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3사는 1년 넘게 담합 태세를 유지했으며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설탕 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사실상 과점 체제가 유지됐다. 1954년 제일제당 설립 이후 부산제당 등 몇 개의 군소업체가 진입한 적도 있었으나 곧 퇴출됐고 주로 현재의 제당 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4년 내수 판매량을 기준으로 제당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약 89%에 달한다.

 

공정위는 제당 3사의 담합 행위에 대해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고 있음에도 제조사들이 중대한 경제법 위반 행위(담합)로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고통을 국민에게 가중하고 부당이득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고, 제당사들은 이런 진입장벽을 활용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제당 3사에 가격 재결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들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에 설탕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재결정명령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담합 사건을 처리할 때는 가격 재결정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제당 3사의 담합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9∼11월에 검찰이 고발 요청한 3개 법인과 임직원 11명을 앞서 고발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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