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64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증권업계가 과열된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에 급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알테오젠, 하이브, 카카오, 한국전력,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종목에 대해 증거금률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위험 투자자금이 급증하면서 미수금 발생 및 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지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해당 종목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신규 신용융자와 만기 연장이 사실상 제한된다.
KB증권은 전날부터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액결제거래(CFD) 신규 매수를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CFD는 전문투자자 전용 상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하락장 전환 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테일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핀테크 증권사들도 규제 행렬에 동참했다. 토스증권은 에코프로에이치엔, 케어젠, 비츠로셀 등 변동성이 큰 종목들의 증거금률을 100%로 끌어올렸다. 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시세와 거래량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징후가 포착된 종목에 대해 미수 거래를 즉각 차단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아예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별도 공지 시까지 전면 중단했다. 폭발적인 투자 수요를 증권사의 자본 여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빚투’ 열기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창구 닫기’는 기록적인 신용잔고 수치에서 기인한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34조원을 돌파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불과 사흘 만인 20일 34조2595억원까지 불어났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극에 달하며 고위험 레버리지 자금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고점에 다다를수록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이번 조치는 시장의 과열을 식히고 잠재적 연쇄 반대매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제언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