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호’ KB금융, 덩치보다 ‘내실’에 집중한 비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강조해온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실적 수치로 증명됐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1조892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고금리와 규제 리스크라는 위기 속에서도 1.99%의 순이자마진(NIM)을 사수하고, 인공지능(AI) 혁신으로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양 회장의 실용주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비은행 전문가’ 양 회장의 승부수…이익 기여도 43% 돌파

 

양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이번 분기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는 43%를 돌파하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4대 금융사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특히 KB증권은 전년 대비 90% 이상 폭증한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자본시장 업황 회복을 기민하게 포착한 양 회장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적기 적소에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은행 중심 이익 구조에서 탈피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전천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예대율 2년 만에 최저… ‘머니무브’를 기회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율이 96.0%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KB국민은행 역시 97.9%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증시 활황 등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 속에서도 양 회장이 조달 믹스를 최적화하고 저비용성 예금을 확대한 결과다. 대출 성장이 둔화되는 시장 환경을 오히려 조달 비용 절감과 순이자마진(NIM) 방어(1.99%, 전분기 대비 0.04% 상승)의 기회로 활용한 양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 의존도와 대출 구조 재편은 남겨진 숙제

 

다만 양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비은행·비이자 이익 급증은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대외 변수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자본시장이 침체될 경우 그룹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양 회장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도 감지된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여파로 가계대출이 0.4% 감소한 가운데, 양 회장은 ‘기업 대출’을 통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가계대출은 연간 1~2% 수준의 보수적 성장을 유지하되, 기업대출은 6~7% 수준의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이자이익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1분기 기업대출은 이미 2.2% 늘어나며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건전성 경고등 속 선제적 밸류업

 

금융권 전체적으로 회수를 포기한 대출채권인 추정손실 규모가 2조9963억원에 육박하며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KB금융 역시 추정손실이 80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KB금융은 지난달 실적 발표와 동시에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1143원의 분기 배당을 발표했다. 이는 양 회장의 강력한 리스크 관리 자신감의 표현이다. 부실 채권 증가는 보수적 충당금 적립으로 대응하고, 남는 자본은 주주에게 환원하는 ‘밸류업 선도주자’로서의 행보를 분명히 했다.

 

◆AI로 만든 ‘가벼운 KB’… CIR 35.4%의 혁신

 

양 회장은 AI 기술 도입을 통해 전통 금융의 고비용 구조를 깨트렸다. 이번 분기 경영효율성지표(CIR)는 35.4%로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KB금융은 대형 금융그룹만이 가질 수 있는 데이터 자산과 자본력을 AI에 결합하며 비용 효율화를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간 순이익 6조원 시대 ‘순항’… 리딩금융의 압도적 격차

 

이번 1분기 실적은 양 회장이 치밀하게 설계해 온 ‘내실 경영’의 결정판이자, 그간의 체질 개선 노력이 실질적인 열매를 맺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숫자로 나타난 모든 지표는 KB금융이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질적으로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증명한다. 1분기 만에 연간 목표치의 30%를 상회하는 고지를 점령한 만큼, 이제 금융권의 시선은 ‘연간 6조원 순이익 달성’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의 성장 속도라면 불가능한 수치도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