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성시대] "안방 자금 지켜라"…은행권, 증시 활황에 ‘금리·디지털’ 총력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대기업 6년 차 직장인 A씨(33)는 최근 수년간 유지해 오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을 만기 직후 모두 해지했다. 대신 인터넷은행의 한도 무제한 파킹통장으로 자금을 옮겼다. A씨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돈을 매번 이체하는 번거로움 없이 주식을 사기 전까지는 은행에서 매일 이자를 복리로 챙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중견기업 임원 B씨(58)는 최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시중은행의 거액 정기예금 비중을 낮추고, 가상자산과 토큰증권(STO) 등 신종 디지털자산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B씨는 “예전에는 가상자산 투자가 막연히 위험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주거래 은행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계 상품을 내놓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됐다”며 “안정적인 대형 은행 플랫폼을 통해 빌딩이나 미술품 조각투자 같은 신종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 자금이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는 이달 들어 1억5210만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851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앞세운 예수금 방어전과 함께 디지털자산을 흡수하는 전략을 전격 가동하고 있다.

 

◆증시 호황에 뺏긴 안방, 은행권 ‘수신 금리 전면전’

 

먼저 하나은행은 대표 수신 상품인 ‘하나의 정기예금’ 중 단기 상품의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만기 3개월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연 2.75%로 0.10%포인트 올렸고, 6개월 만기 금리 역시 연 2.80%에서 연 2.85%로 0.05%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단기 자금 유치에 나섰다.

 

KB국민은행도 간판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금리를 최대 0.10%포인트 인상하며 맞불을 놨다. 만기 3개월 이상~6개월 미만 구간 금리를 연 2.65%에서 연 2.75%로 0.10%포인트 올렸으며,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 구간 금리도 연 2.80%에서 연 2.85%로 0.0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등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최대 0.1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만기 3개월 예금 금리는 연 2.65%에서 연 2.75%로, 6개월 만기는 연 2.80%에서 연 2.85%로 상향된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주요 예금 상품 최고 금리 역시 연 2.95% 선까지 올라서며 유동성 확보전에 가세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격도 거세다.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등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최고 0.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기존 연 3.10%에서 연 3.20%로 인상됐으며, 12개월 만기 자유적금 금리 또한 연 3.25%에서 연 3.35%로 높아졌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연 3%대 중반의 수신 금리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CMA 겨냥한 ‘한도 무제한 파킹통장’과 ‘투자 앱 연계’ 정면승부

 

은행권은 이달 들어 증권사 CMA와 주식 계좌로 향하는 자금의 길목을 차단하기 위한 수신 인프라 개편 카드도 꺼내 들었다. 특히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의 혜택을 극대화하며 증권사 CMA에 도전장을 냈다. 토스뱅크가 이달 초 파킹통장의 고금리 우대 한도를 수억원대로 대폭 확대하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역시 고금리 적용 한도를 없애거나 늘리는 개편을 단행했다. 

 

은행 앱 내에서 해결하게 만드는 투자 연계 전략도 강화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사의 통합 뱅킹 앱 내에 제휴 증권 시스템을 완전히 이식한 ‘앱인앱 주식 매매 서비스’ 고도화 버전을 출시했다. 고객이 주식을 거래할 때 투자금이 외부로 이탈하는 대신 은행 계좌 내에 대기 자금 형태로 머물도록 묶어두는 전략이다.

 

◆디지털자산 투자 및 인프라 선점 가속화

 

최근 예·적금뿐만 아니라 비트코인·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으로 분산되는 투자 자금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려는 미래 금융 주도권 싸움도 맞물려 있다. 가상자산시장이 명확한 법률 체계 위에서 재편되자 전방위적인 비즈니스 선점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6.55%(약 1조33억원 규모)를 취득하기로 전격 결의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 인프라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을 은행 생태계 내부로 직접 이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다른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들 역시 차별화된 전략으로 디지털자산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본 프로그마 등과 손잡고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팍스’를 주도하며 지난해 9월 1단계 기술 검증을 마쳤다. 이 프로젝트에는 케이뱅크와 NH농협은행 등도 참여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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