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맞은 한국 증시…코스피 8000선 붕괴

코스닥도 9% 내려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하면서 7500선 아래로 내려간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하면서 7500선 아래로 내려간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증시가 8일 검은 월요일로 불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8000선을 내줬고, 코스닥 지수도 출발과 함께 1000선이 붕괴됐다. 지난주 말 미국 반도체주 급락 쇼크가 주말새 태평양을 건너 이날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진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의 배경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의 훼손보다는 과도한 포지셔닝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스피, 8천피 밑으로…서킷브레이커 발동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676.18포인트(8.29%) 폭락한 7484.41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12.50포인트(1.38%) 내린 8048.09로 출발한 후 낙폭을 키워 순식간에 8000선을 내줬다. 개장 직후 한 때 9% 가까이 폭락한 7442.73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91.05포인트(9.08%) 뚝 떨어진 911.39에 마감했다.

 

 걷잡을 수 없는 급락세에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장 3분 만에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로부터 3분 뒤인 6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코스닥150 선물 가격과 코스닥150 지수의 급변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울렸다. 이어 오전 9시 34분에도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6% 넘는 낙폭을 보여 유가증권시장에 매도사이드카가 더해졌다. 오후 2시 36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등 이날 국내 증시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날 하락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도 3554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기관도 1조6245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만 홀로 1조762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10.18%)와 SK하이닉스(-7.68%)가 동반 하락해, 각각 30만전자와 200만닉스 고지를 내줬다. 아울러 SK스퀘어(-11.13%), 현대차(-8.71%), 삼성전기(-5.29%), LG에너지솔루션(-6.16%) 등 대부분의 상위 종목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반면 전세계 AI 대장주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인지 네이버(9.20%)와 SK텔레콤(0.28%)는 화를 면했다. 

 

◆차익 실현일까…본격적인 조정일까

 

 주말새 시장에선 이날 국내 증시가 검은 월요일의 공포를 마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주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탄탄한 실적 발표에도 수익성 전망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밑돌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매도세에 불을 댕겼다. 특히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나 폭락한 탓에 경계감도 함께 높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고점을 높이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셀코리아(국내 주식 매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실탄을 확보하려는 자금 수요가 이날 국내 증시에서 차익 실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 충격이 단기간의 조정으로 그치질 여부에 모아진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상승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 욕구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면서 “다만 이번 주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0일)와 한국 선물∙옵션 동시 만기(11일), 스페이스X 상장(12일)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집중돼 있어 급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단기 변동성 국면을 활용한 AI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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