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주말에 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것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차량 운행 비용이 늘어난 데다 항공권 가격까지 오르면서 여름휴가 계획도 다시 세우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에 대한 판단을 한 달 만에 다시 낮췄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 회복세’라고 평가했던 KDI는 이번 달 다시 ‘완만한 개선세’라는 표현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이후 유지해온 평가를 지난달 상향 조정했다가 한 달 만에 재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수출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물량도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3.5% 늘었고, 광공업 생산도 반도체 생산 증가에 힘입어 1.5% 확대됐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13.0% 증가하며 전체 산업 생산을 견인했다.
한편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해 전월(5.0%)보다 증가 폭은 축소됐지만 개선 흐름은 유지됐다.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심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99.2에서 5월 106.1로 상승했다. KDI는 4월 말부터 지급된 고유가 피해 지원금도 향후 소비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KDI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원유 수송 차질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 영향이 일부 실물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원유 수급에 민감한 석유정제 생산은 20.5% 감소했다.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산업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6%)보다 높아졌다.
금융시장에서는 물가 상승 우려가 반영되며 시장금리가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말 기준 3.73%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주식시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 기대에 힘입어 강세를 유지했다. 다만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