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꺾인 상용직 증가세…청년층 일자리 한파 심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인정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인정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대기업 정보기술(IT) 계열사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후반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최근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예년 같으면 신입 공개채용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경력직이나 특정 직무 중심 채용이 대부분”이라며 “일부 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문은 한층 좁아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직 일자리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커지면서 청년 고용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1674만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다. 상용근로자 수가 감소한 것은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상용직은 1년 이상 고용이 예상되는 근로자로 임금근로자 가운데 안정적인 고용 형태로 분류된다.

 

상용직은 2000년 1월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316개월 연속 늘어났지만 최근 증가 폭이 급격히 둔화한 끝에 감소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기에도 증가 흐름을 유지했던 만큼 이번 감소는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령별로는 청년층 충격이 두드러졌다. 20대 상용직은 16만4000명, 30대는 3만4000명 감소해 두 연령층에서만 약 20만명 가까운 일자리가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지던 2020년 말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20·30대 제조업 상용직은 9만2000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은 증가해 제조업 고용의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전체 제조업 취업자 수도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대 상용직은 정보통신업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임시직과 일용직도 함께 줄어 전반적인 취업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정보통신업 상용직은 증가해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대에서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감소가 두드러졌다.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법률·회계 서비스 등 전문직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인공지능(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기술 변화와 고용 감소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관계부처는 업종별·계층별 고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단기 대책과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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