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가른 두 갈래 길…서울 외곽 ‘영끌 매수’, 버티지 못하면 ‘탈서울’

사진은 서울 강북권 성북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사진은 서울 강북권 성북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이 실수요자의 주거 선택을 두 갈래로 가르고 있다. 전셋값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는 가용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서울 외곽 주택을 매수하고, 매매시장 진입이 어려운 일부 수요자는 경기·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양상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라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도 전월보다 1.36% 올랐다. 동북권 상승률은 2.14%로 서울 권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세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수요는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지난 3월 전월 대비 0.28% 떨어졌지만, 동북권은 0.40%, 서남권은 0.06% 상승했다. 면적별로도 소형 아파트 가격이 0.70% 오르며 중대형 주택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고가 주택보다 대출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외곽·소형 주택으로 실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아파트 매수가 부담스러운 수요는 빌라와 다세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서울 빌라 거래 증가세는 노원·성북·은평·강서구 등 비교적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직전 분기 대비 거래량 증가율은 노원구 53.7%, 성북구 51.6%, 은평구 41.4%, 강서구 40.3%로 집계됐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대신 대출과 보유자금을 동원해 주택을 사려는 이른바 ‘영끌성 매수’가 서울 외곽부터 나타나는 배경이다. 강남권 진입이 어려워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서울에 남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노원·도봉·강북·금천·구로·강서구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구조다.

 

반대편에서는 서울을 벗어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직업과 교육을 이유로 한 순유입보다 주택과 가족을 이유로 한 순유출이 더 많았다. 반면 경기와 인천의 주된 순유입 사유는 주택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가 수도권 인구 이동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월별로는 탈서울 흐름이 확인됐다. 지난 4월 서울의 순유출 인구는 634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3718명보다 70.5% 늘었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수요 상당수는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1분기 전체로는 서울이 3955명 순유입을 기록한 만큼, 탈서울을 일방적인 추세로 단정하기보다는 전세가격과 입주 물량에 따라 월별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외곽 매수와 탈서울 모두 주거비 부담에 밀려 나온 선택이라는 점이다. 서울 외곽 매수자는 향후 집값 하락이나 금리 상승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경기·인천으로 이동한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넓은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 두 흐름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매매시장에 진입할 여력이 있는 가구는 외곽·소형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가구는 서울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기·인천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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