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주택경기 둔화에 멈춘 ‘이사 행렬’…5월 인구이동 52년 만에 최저

최근 3년간 인구이동. 국가데이터처 제공
최근 3년간 인구이동. 국가데이터처 제공

 

#서울 노원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는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기존 집에서 재계약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최근 들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A씨는 “금리 부담과 집값 불확실성 때문에 이사를 미루는 가구가 늘었다”며 “신규 입주 물량도 줄어 거래 자체가 예년보다 한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전국 인구 이동 규모가 5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아파트 준공 실적 감소 등 주택 경기 둔화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4일 발표한 ‘2026년 5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자 수는 46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00명(1.5%) 감소했다. 이는 1974년 5월(41만5000명) 이후 5월 기준 가장 적은 규모다. 국내 인구 이동 통계는 1970년부터 작성됐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이동자 수는 56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지만, 2월에는 61만5000명으로 11.5% 감소했다. 이후 3월과 4월에는 각각 11.0%, 6.3% 증가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5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데이터처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가 인구 이동 감소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주택시장 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실제 올해 3~4월 아파트 준공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동자 가운데 65.0%는 같은 시·도 안에서 이동했고, 35.0%는 다른 시·도로 옮겼다. 전년과 비교하면 시·도 내 이동은 3.6% 줄었지만 시·도 간 이동은 2.7% 증가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의미하는 인구이동률은 10.8%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경기(2433명), 충남(1284명), 인천(1237명), 충북(1100명) 등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4221명이 순유출되며 전국에서 가장 큰 전출 초과를 보였다. 경북(-663명), 울산(-646명), 부산(-407명), 경남(-390명) 등도 순유출 지역에 포함됐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2012년 출범 이후 오랜 기간 순유입 흐름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입주 물량 감소와 주택 공급 축소 영향으로 인구 유출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인구 이동은 줄어든 반면 출생과 혼인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2만452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0% 증가했다. 4월 기준으로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며, 증가율은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출생아 수는 2024년 7월 이후 2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1~4월 누적 출생아 수는 9만9534명으로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합계출산율 역시 0.93명으로 지난해보다 0.13명 증가했다.

 

출생 증가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혼인도 늘었다. 4월 혼인 건수는 2만622건으로 지난해보다 9.0% 증가하며 2만 건을 넘어섰다. 최근 혼인 증가와 30대 여성 인구 확대,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출생 증가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4월 사망자 수가 2만8405명으로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3884명 자연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자연 감소 폭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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