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수출입은행…황기연 "정책금융으로 경제안보·수출강국 뒷받침"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창립 5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은 제공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창립 5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은 제공

“정책금융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실행하는 수단이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메시지다. 실제로 최근 수출입은행의 행보는 과거 수출기업 지원에 머물렀던 역할을 넘어 산업정책과 공급망, 경제안보, 개발협력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책금융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황 행장의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황 행장은 1일 열린 수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 전개되는 시대”라며 “수은이 대한민국 경제안보를 지키고 초격차 산업강국 도약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 “수은은 대한민국 정책금융의 중심축으로 세계 5대 수출강국 안착과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1990년 수은에 입행한 황 행장은 서비스산업금융부장과 인사부장, 기획부장, 남북협력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수은맨’이다. 2023년부터는 상임이사로서 리스크관리와 디지털금융, 개발금융, 정부수탁기금 업무를 총괄했으며, 전임자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출신 행장으로 취임했다. 수출금융의 전문성과 조직 이해도를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경영 방향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수은은 지난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86조7000억원의 여신을 지원했다.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의 금융 지원을 집행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도 37조6000억원으로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 역시 국내기업 여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황 행장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지역균형 성장을 위해 투자 기능을 강화하고 AI 전환과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비금융 서비스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전략산업 지원은 황 행장 체제의 대표 성과로 꼽힌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9조4000억원을 지원했고, 방산과 원전 분야에도 5조3000억원을 공급했다.

 

최근 황 행장이 공을 들이는 분야는 조선산업이다. 수은은 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해양진흥공사 등과 함께 출범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협의체’의 간사를 맡아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강화라는 정책금융의 역할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황 행장은 수출금융을 넘어 개발도상국 성장 지원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연계하는 개발금융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개발금융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공적 자금과 민간 자본을 결합해 개발도상국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금융기관(DFI)을 통해 경제협력과 산업 진출을 연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수은은 앞으로 정책금융 역할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수은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150조원 규모의 ‘수출활력 ON 금융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AI 산업에 22조원, 첨단산업에 50조원, 전략수주산업에 10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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