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반도체 투 톱이 15일 모처럼 강한 힘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올랐다. 반도체 호황 피크아웃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달 말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다시 살아날 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6.27%), SK하이닉스(8.83%)가 동반 급등하며 지수에 상방 압력을 강하게 주입한 덕분에 코스피는 전장 대비 6.24% 상승한 7284.4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5.80% 올라 830선 가까이 회복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국내 본주 괴리가 50% 이상 벌어지면서 본주 매력이 높아진 데다 과매도권에 들어가면서 강한 반등이 나왔다는 해석들을 낳았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간밤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이 27.3% 폭등해 193.92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를 원화로 환산하면 보통주 1주당 약 288만7000원으로, SK하이닉스 본주의 지난 14일 종가 191만3000원 대비 약 51%의 프리미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도 전고점 대비 주가가 30% 넘게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ADR가 나스닥 첫 거래일부터 10% 넘게 급등해 히트를 쳤지만, 국내 본주는 반대로 지난 13일 15% 넘게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본주를 팔고 ADR로 이동할 거란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유사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사례와 연관지어 “ADR 강세가 본주의 매도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ADR 프리미엄 확대는 외국인의 본주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는 게 김 연구원이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외국인의 국내 본주에 대한 구조적인 이탈 요인이라기 보단 ADR 프리미엄을 통해 미국과 한국 증시 사이에 새로운 가격 발견 경로가 만들어지는 기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할 정도로 역대급 조정을 맞은 가운데 증시가 과매도 구간에 들어선 것도 이번 반도체 반등을 불러온 트리거였을 수 있다. 주가나 밸류에이션상 더 나빠질 수 없다는 판단이 드는 국면이 오히려 증시 회복의 발화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어젯밤 반도체 수요 우려가 해소된 것도, AI 설비투자 우려가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미 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이 급등했던 이유는 증시가 이미 과매도권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펀더멘털 우려가 해소된 건 아니더라도 과매도권에선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달 말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투자 우려가 완화된다면, 증시는 또 한번의 상승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