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상] 긴축 선회 배경은…수출 주도 성장세 속 중동 리스크 고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인상 결정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국내 거시지표 개선과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충격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명목 GDP 성장에 따른 물가 압력

 

이날 금통위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속으로 국내 반도체 경기가 확장세를 나타내면서 지난달 수출은 IT 품목의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가격 급등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져 기업 이익과 임금, 세수 등 내수 경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통위는 경기 개선 흐름이 내수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향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선제적 유동성 관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중동 리스크 지속과 고환율에 따른 비용 충격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유발한 공급 측면의 비용 충격도 이번 금리 인상의 주요 배이다.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빚어지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원화 약세가 겹쳐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됐다. 지난달에는 미·이란 간 양해각서(MOU) 체결로 브렌트유가 70달러대로 내렸으나 최근 군사적 충돌이 재발하며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된 상태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을 밀어 올렸고, 가계 장바구니 부담을 나타내는 생활물가도 3%대 중반의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3.2%로 상승했다. 특히 누적된 비용 부담은 대기업보다 대처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으며, 고용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실제로 내수 서비스업 및 일부 제조업의 일자리 수요가 위축되면서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로 전환했다. 한은은 공급 불안으로 인한 물가 고착화 리스크가 우리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축 결정을 내렸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엇박자 해소 및 자산시장 과열 제어

 

시중 시장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를 밑도는 왜곡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가 이를 조기 저금리 신호로 오인해 대출 수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통위는 이번 결정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기존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동반 인상했다.

 

이는 완화적 금융 여건에 편승해 늘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고, 시장에 통화 긴축 기조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거시경제 체력이 긴축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된 만큼 물가와 금융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연속 인상 가능성은 낮아…10월 추가 인상 통해 연말 연 3.00%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의 진입으로 보면서도, 경기 충격을 고려해 한은이 곧바로 다음달인 8월에 연이어 금리를 올리는 연속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고점은 통과된 것으로 판단되어 8월 연속 인상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에너지 가격 상황을 확인하고 경제전망을 수정한 뒤인 10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인상으로 긴축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은이 다음달에는 긴축 효과를 지켜보는 동결을 택한 뒤, 오는 4분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연 3.0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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