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45)는 최근 주유소 표시판을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식자재 재료비가 오른 상황에서 배달 및 운송에 쓰이는 차량 기름값마저 다시 꿈틀대고 있어서다. 김씨는 “겨우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기름값이 다시 오르면 손님에게 받는 음식값을 또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며 “대출 이자 부담도 가뜩이나 큰 상황에서 물가가 더 오르면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하반기 국내 물가와 금리, 환율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자극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악재와 환율 변동성까지 맞물려 우리 경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 및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 여파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약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두바이유도 90달러선을 넘어서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석유류 가격과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 장기화는 물가 관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9월말까지 두 달 더 연장하고, 석유 최고가격제를 동결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을 병행하며 시장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나 유가 상승 장기화 시 정책 효과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업계 손실 추산액이 3조원을 넘어서는 데다, 물류 차질이 본격 반영되는 향후 1~2개월 내 석유제품 가격의 추가 상승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발 물가 불안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린 가운데, 8월 통화정책 결정의 변수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국내총소득(GDI), 7월 소비자물가를 꼽은 바 있다. 실제 2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 대비 0.6% 성장해 시장 예상을 웃돌고 GDI도 15.6%나 뛴 상황에서, 물가 상승세마저 진정되지 않는다면 8월에 연이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로 전가돼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대폭 늘리게 된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주담대 차주는 연평균 29만6000원, 자영업자는 56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대외 통상 악재와 환율 변동성까지 가세하며 하반기 경제 여건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에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과잉생산 관세’까지 추가 추진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다.
환율 역시 불안 요소다. 최근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와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효과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낮아졌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다시 치솟아 수입 물가를 압박할 수 있어 하반기 한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한층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