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외국이 고객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과거 해외송금과 환전 등 외환 업무에 머물렀던 서비스가 국내 온·오프라인 결제와 온라인 쇼핑, 배달·교통 이용은 물론 적금과 공과금 납부 등 일상생활 전반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을 찾는 단기 여행객부터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까지 체류 목적에 따라 금융 수요가 세분화되면서 금융사들의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카드업계, 외국인 결제 장벽 낮춰…여권 인증부터 소비 데이터 활용까지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외국인등록증 없이 여권 인증만으로 국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간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선불카드를 발급받은 뒤 페이북에 가입해 여권 인증과 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온라인 결제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관광객이나 단기 출장자는 물론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기 전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도 음식 배달이나 온라인 쇼핑, 각종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어왔다.
BC카드 서비스는 이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뿐 아니라 음식 배달, 택시, KTX 예약 등에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약 350만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재 다날이 발급하는 외국인 선불카드 ‘콘다(K.ONDA)’와 연계해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외국인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정책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는 데 나섰다. 최근 이민정책연구원, SK텔레콤, 코리아크레딧뷰로와 업무협약을 맺고 카드 소비 데이터와 통신·신용정보를 연계해 외국인의 소비패턴과 경제생활 실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경제·생활 활동과 소비·금융행태, 지역사회 정착 특성 등을 분석해 이민정책 연구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2024년부터 비식별 처리한 카드 데이터를 이민정책연구원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이후 환전과 결제를 하나의 카드에 연결했다. 놀유니버스, 코나아이와 내놓은 외국인 관광객 전용 선불카드 ‘놀 월드 카드’는 인천공항에서 입국 직후 수령할 수 있다. 공항 환전소와 우리은행 영업점, ATM, 무인환전기, 제휴사 키오스크 등에서 환전·충전·출금이 가능하다. 또 관광객의 주요 소비처를 겨냥한 제휴 혜택도 담았다. 올리브영과 무신사, GS25 등 쇼핑·생활 브랜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환전부터 국내 소비까지 한 장의 선불카드로 이어지도록 했다.
◆적금은 기본 앱으로 공공요금 납부도
은행에서는국내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저축과 송금, 공과금 납부 등 생활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전용 ‘KB Global Star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실명의 외국인이 가입할 수 있는 12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매월 1000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2.0%이며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최고 연 5.5%가 적용된다.
우대조건은 외국인의 국내 생활과 연계했다. 6개월 이상 급여이체 실적이 있으면 연 1.0%포인트, KB국민카드 결제 실적을 6개월 이상 유지하면 연 1.0%포인트가 각각 추가된다. 해외송금을 3회 이상 이용할 경우에도 연 1.0%포인트가 적용되며, 만기 해지 후 3개월 이내 재가입하면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금융 플랫폼 ‘Hana EZ’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환율 알림과 해외송금, 외국환 거래은행 지정뿐 아니라 고객확인등록과 여권번호 변경 등을 앱에서 처리할 수 있다. 여권번호를 변경한 뒤 해외송금 거래은행 신청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내역서와 잔액증명서,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의 증명서 발급과 전기·상하수도 요금, 국민건강보험료 납부도 가능하다. 해외송금과 출석체크, 친구 초대, 항공권 조회 등의 활동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MileEZ’ 리워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