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위축 가능성 등에 대해 “AI 투자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선 주요 고객사와 공급 물량 및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박준덕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29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로선 AI 투자가 검색, 광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본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고효율 AI 모델이 반드시 AI 인프라 수요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최근 고효율 AI 모델에서도 폭발적인 사용자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AI 모델 효율화는 AI 수요 촉진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일부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임대사업 검토, 고효율 AI 모델 등장 등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시킬 거라고 주장한 데 대해 SK하이닉스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최근 캐파 증설 발표과 관련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센터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캐파 증설은 고객과의 파트너십 강화 속 확인된 수요에 기반을 두고 탄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캐파 증설이) 곧바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장비 투자 및 생산 램프업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생산거점은 국내외를 구분하기 보다는 전력, 용수 인력, 공급망 등 반도체 생태계 및 고객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로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공유했다. LTA는 공급사의 수요가시성 및 재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계약 조건에 따라선 판매가 상승 시 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 10여곳과 이미 LTA를 맺었고, 추가 LTA 체결도 진행 중이다. 송 사장은 “LTA 기간은 통상 5년이지만, 구체적 조건은 고객 및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수요 변동성이 메모리 사이클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구매 약정과 함께 예치금 등 계약이행력 및 수요가시성 높이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부터 HBM4를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산 수율과 품질이 성숙 단계에 진입한 HBM3E 제품과 근접한 수준으로, 현재 안정적으로 공급 캐파를 램프업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선제적으로 준비 중인 차세대 기술도 공유했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앤마케팅 담당은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더해 HBM5 등 차세대 제품의 발열 문제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iHBM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iHBM은 패키지 내부의 냉각 요소를 통해 기존 대비 열저항을 30% 낮춰 고성능·고집적 AI 환경에서 시스템 안정성과 운영 효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 담당은 이어 “AI 시장이 확대되고 AI 가속기 성능과 패키징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고객은 검증된 양산 역량, 품질, 안정된 공급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는 고객과의 조기 공동개발 경험, 장기 협력 경험, 적기 안정적 공급 역량 등을 통해 차세대 기술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지만 뚜렷한 주주환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부문장 사장은 “주주환원과 관련한 시장의 높은 관심은 충분히 인지하고 다양한 방식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 검토 중”이라면서 “다만 ADR 공모 관련 규제 및 절차상 제약으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주요 정보를 현시점에서 공개하기엔 제약이 있어서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연내 시장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