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증시 상승률 1위에 올랐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 하락률 1위로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치(9114.55)를 뒤로하고 불과 한 달 만에 5500선까지 수직 하강하며 사상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최고점 대비 40%가량이 단숨에 씻겨 내려가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주저앉는 잔혹사를 쓰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1개월간 세계 주요 지수 중 이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말 기준 5660선까지 밀려나며 한 달 새 31% 넘게 급락했다. 이는 현재 4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의 RTSI(-5.93%)나 모엑스(-4.62%) 지수의 하락 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닥 역시 주요국 증시 중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고치인 9114.55에서 오늘 5593.56으로 장을 마감하며, 불과 한 달여 만에 최고점 대비 39% 가까이 씻겨 내려갔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 연초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사이드카가 43차례,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나 발동하며 증시를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고 지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강한 추격 매수를 불렀지만, 하락기에는 투매성 매물과 반대 베팅을 유발하며 지수 등락 폭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상승장 분위기만 믿고 뒤늦게 빚까지 내어 들어갔다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지수가 무섭게 폭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금이라도 안 팔면 원금마저 다 날린다’는 공포가 번지면서너도나도 눈물의 투매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한 달 새 525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이 과정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만 약 387억 달러(한화 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매수 여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양대 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32조7000억원으로, 지난달 38조6000억원에서 이달 들어 6조원가량 감소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우상향을 이끌어 온 개인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월 대비 역성장으로 전환했고, 매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이달 들어 빠르게 감소하는 중”이라고 짚었다.
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정부는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고강도 시장 안정화 대책에 나섰다. 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개인 총투자 금액의 20% 이내로 투자를 제한하는 총량 규제를 검토했다. 이와 함께 홍콩이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의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가변 레버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점을 참고해 긴급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