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에서 기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맞물려 인터넷은행과 카드사 등이 해외송금·결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업체 로손은 최근 도쿄 미나토구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점에서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를 활용한 POS 결제 실증을 진행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전자지갑에 표시되는 바코드를 제시하면 매장 직원이 기존 POS 리더기로 이를 읽어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번 실험의 특징은 별도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편의점이 기존에 사용하던 POS 시스템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오프라인 결제는 전용 단말기나 별도의 QR코드 등을 설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로손은 이번 실증을 통해 결제 속도와 POS 연동, 실제 매장 운영 과정에서의 안정성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일본의 실험이 주목받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의 경쟁 무대가 ‘발행’에서 실제 ‘사용처’ 확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코인 발행뿐 아니라 기존 유통·결제망과 얼마나 쉽게 연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체계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통합법을 추가 발의하겠다고 보고했으며,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정부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무위에는 이미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며, 후반기 국회에서는 정무위 법안소위를 정기적으로 열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유통 규율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제도화 이후를 겨냥한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BPMG), 홍콩 해시키그룹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결제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과 홍콩 간 해외송금 기술검증(PoC)을 모색하고 향후 해시키가 구축 중인 홍콩·동남아 송금망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는 USDC 발행사 써클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토스뱅크는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법정화폐 결제망을 연계해 해외 결제·정산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지난달 실제 해외법인 간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자동차는 미국법인에서 2만달러를 USDT로 전환해 멕시코법인에 송금한 뒤 다시 달러로 바꾸는 PoC를 완료했으며, 유럽 법인을 대상으로 현지 통화를 활용한 2차 실증에도 나섰다.
글로벌 결제업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자는 최근 금융회사와 핀테크·가상자산 업체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송금, 보관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용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SP)’을 공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이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 고객 보호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제도화에 대비해 각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블록체인 기업과 협력해 관련 인프라와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