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앞두고 은행 중심 발행과 비은행 중심·단독 발행에 따른 거시경제·금융안정 리스크를 비교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권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에 핀테크 등 비은행이 참여하는 방식이 각종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은행·비은행 발행 리스크 비교…도입 초기는 ‘은행 중심’
19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따라 자본·외환규제 우회,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 코인런 등에 따른 금융안정 저해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에 비은행이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의 과반수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규제 준수를 주도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한은은 “은행은 준비자산 관리, 자금세탁방지(AML) 등 규제준수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핀테크 등 비은행도 컨소시엄에 참가해 활용사례 발굴, 유통 플랫폼 구축, 이용자 편의성 제고와 같은 혁신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자본·외환규제 환경이 미국·일본·홍콩 등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한 주요 국가와 다르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우리나라는 자본 자유화가 전면 허용돼 있지 않고 외국환은행 중심의 엄격한 자본·외환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은행 중심 구조를 통해 기존 외환관리 체계와의 정합성을 유지하고 자본·외환규제 우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은행이 이미 규제 준수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은은 은행이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규제 준수를 위해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충분한 수준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은행이 중앙은행 제도의 틀 안에 있어 코인런 등 금융안정 리스크를 억제하고 통화신용정책과 조화를 이루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봤다.
코인런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나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보유자들의 환매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다.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과 유사하게 환매가 급증할 경우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대거 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은행 단독 발행엔 “신중할 필요”…혁신·경쟁 장점은 인정
반면 비은행 중심 또는 단독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등 일부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리스크 요인을 감안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은행 법화 가치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은행법상 은행의 고유업무 중 여신을 제외한 수신 및 지급결제업을 영위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단순한 디지털자산 발행을 넘어 법화 가치에 연동된 자금을 받아 보관하고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성격까지 갖는다고 본 것이다.
◆민간 코인 확산 땐 예금유출·화폐 단일성도 ‘흔들’
한은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크게 늘어날 경우 원화 가치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 은행 소매예금 유출에 따른 자금중개 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이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수 비은행 민간업체가 각각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코인 간 가격 격차가 발생하고 ‘화폐 단일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화폐 단일성은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민간통화인 예금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와 언제든 1대1의 동일한 가치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은은 이 같은 질서가 흔들릴 경우 통화질서와 금융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