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산업, 대중국 재역전 해법] ‘마지막 보루’ 반도체… 디스플레이·이차전지 전철 피할까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와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제공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와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제공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마저도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 

 

 올해 초 공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은 국내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해당 평가는 11개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에 대해 주요 5개국(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미국)의 논문과 특허를 분석한 정량평가와 전문가 1180명 조사를 거친 정성평가를 종합한 결과다. 1위 미국(100%)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한국(82.8%)이 최하위에 머문 가운데 9일 산업계 관계자는 “종합 순위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여 온 분야까지도 중국에 뒤진 것이 걱정거리”라고 짚었다.

 

 해당 자료와 2년 전 버전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유일한 1위였던 이차전지가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도 2년 전에는 미국에 이은 2위였지만 이번에는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주요 5개국 국가전략기술 12대 분야별 수준 격차 비교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주요 5개국 국가전략기술 12대 분야별 수준 격차 비교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근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드러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1위 CATL이 점유율 39.9%를 찍었다.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계 기업은 7곳으로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72.8%에 이르렀다. 한국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3위(점유율 8.3%), SK온이 8위(점유율 3.1%)에 이름 올렸다.

 

 디스플레이 역시 미래가 밝지 않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2026 폴더블 디스플레이 보고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출하량 점유율이 올해 61.9%에서 2030년 41.0%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는 올해 25.5%에서 4년 뒤 32.8%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의 4개 회사 합산 점유율이 내년이면 50%의 벽을 깰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도 2016년 당시 출하량 세계 1위였던 LG디스플레이가 BOE 등 중국 기업들에게 밀리며 시장에서 발을 뺀 사례가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만 해도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더불어 국가 대표 수출산업이었으나 지금은 관심이 크게 식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반도체다. 당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상당하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에서 올해 2분기 10%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컸다. 물론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8%), 2위는 SK하이닉스(25%)가 지키고 있지만 줄어드는 격차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CXMT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성공한 가운데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국내 반도체 기업엔 긴장 요소다.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1위(50%)지만 1년 전과 비교해 14%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물론 반도체 시장의 경우 여전히 한국이 중국보다 한 수 위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시장을 평정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라며 “압도적인 내수 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반도체 사업에서도 현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될 때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어느 분야든 마음먹고 육성에 나서면 세계 1위를 찍을 수 있는 나라다. 실제로 그렇게 성장한 석유화학 산업과 철강 산업이 대표적 예시”라며 “중국과 정면승부는 승산이 크지 않다. 물량공세에서 밀린 국내 석유화학·철강 산업계가 스페셜티로 눈을 돌리는 것처럼 전략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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