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 달러 시대] 반도체 일당백의 그림자… 고용 없는 성장에 민생 체감↓

올해 1∼8월 전체 수출은 52.8% 성장했으나 같은 시기 20대 취업자는 11만 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2026 관광 일자리페스타’에서 참가자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뉴시스
올해 1∼8월 전체 수출은 52.8% 성장했으나 같은 시기 20대 취업자는 11만 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2026 관광 일자리페스타’에서 참가자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뉴시스

 

 우리나라가 연간 수출 1조 달러(약 1339조원)라는 신기원을 앞뒀음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반도체가 일당백을 할뿐 자동차·자동차부품·철강·가전 등 주요 산업이 뒷걸음치는 상황이라 국민의 다수는 성장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7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체 수출은 6933억1800만 달러(약 928조원)로, 1년 전보다 52.8% 성장했다. 다만 전년 대비 171% 이상 증가한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수출(3.5%), 자동차부품(5.6%) 철강(0.2%), 가전(10.0%) 일반기계(1.2%)는 줄줄이 감소했다.

 

 문제는 고용 부문에서는 반도체가 일당백의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첨단 제조업의 경우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약 2.1명 수준으로, 제조업 평균(6.2명)의 3분의 1, 서비스업 평균(11.4명)의 5분의 1에 불과한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이는 올해 1~8월 20대(20~29세) 취업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4000명 급감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335만4000명)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334만7000명)보다도 낮은 수준이자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아울러 20대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58.4%에 그쳤고, 청년층 인구 감소율(-2.8%)보다 취업자 감소율(-3.4%)이 더 가파르게 벌어졌다. 특히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 청년층은 전년 동기보다 3만5000명 이상 늘어난 43만8000명에 육박하며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수 및 외수(수출) 간에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우려도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 여건 전환기, 관리가 필요한 대내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보고서는 “내수-외수 간 불균형은 산업, 기업, 계층 전반에 걸쳐 K-자형 양극화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큰 수출 및 약한 내수 체력이 지속되면 향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나는 등의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수 및 내수의 동반 침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첨단 제조업 위주의 성장이 이어지며 20대 일자리가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두 얼굴의 경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 경제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내수 침체와 고용 절벽을 방치할 경우, 수출 엔진이 둔화되는 순간 경기 하방 압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은 물론 청년층의 장기 실업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고용 없는 성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올리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15만명으로 기존 전망보다 1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

 

 이처럼 고용시장 한파 영향이 청년층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을 고려해 청년일자리 회복방안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와 연계해 2030년까지 전문인력 30만명을 양성하고 민간·공공일자리와 창업 기회 30만개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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