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올인원 금융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며 외국인 금융 시장 혁신에 나섰다. 내국인과 동일한 앱 환경에서 계좌 개설부터 해외송금, 다국어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 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 외국인 금융 서비스의 고질적 한계를 깨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체류 외국인 220만명을 겨냥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의 출시 배경과 핵심 기능, 향후 로드맵을 발표했다.
◆별도 분리 없는 단일 앱…내국인과 동일한 금융 혜택 제공
이번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 전용 앱을 따로 만들지 않고, 2800만 고객이 사용하는 기존 카카오뱅크 단일 앱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시중은행이 외국인 전용 앱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메뉴나 기능이 대폭 축소됐던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홈 화면부터 수신, 결제, 외환 등 50여종에 달하는 서비스를 차별 없이 한 번에 개방했다.
배정호 외국인고객캠프장은 “기존 외국인 전용 앱은 기본 이체 외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해 장기적으로 서비스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한국인과 완전히 동등한 수준의 완성도 높은 금융 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단일 채널 구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만 19세 이상의 국내 거주 외국인(외국인등록증, 국내거소신고증, 영주증 등 소지자)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단 5분 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비대면 실명 확인 과정은 셀카 인증과 모바일 신분증 확인을 연계해 단 두 번의 얼굴 촬영으로 끝나며,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주소나 개인정보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실시간 통화별 잔액 확인, 프렌즈 체크카드 발급, 모임통장, 세이프박스 등 주요 시그니처 상품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층 AI 번역과 한패스 결합으로 장벽 낮춘 ‘외환·언어 인프라’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고객을 위해 앱 전반에 걸친 다국어 인프라와 특화된 외환 서비스도 구축됐다.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도입된 AI 통·번역 서비스는 거대언어모델(LLM)과 구글 머신러닝 기술 등을 결합한 ‘다층 구조’로 설계됐다. 스마트폰 단말기의 언어 설정을 감지해 앱 실행 즉시 모국어로 화면을 자동 번역해 주며, 공지사항과 챗봇은 물론 1:1 채팅 상담까지 24시간 실시간 번역 인프라를 지원한다. 서비스 시작 시점에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지원되며 향후 지원 언어는 7개국어로 확대될 예정이다.
해외송금 서비스는 외국인 고객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해 투트랙으로 가동된다. 소액해외송금 1위 플랫폼인 한패스(HANPASS)의 인프라를 앱 내에 이식해 전 세계 200여개국, 50여개 통화로 5분 이내에 간편 송금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본국 송금 비중이 높은 외국인 근로자뿐 아니라 유학생을 겨냥해 자체 수수료 무료 혜택을 갖춘 ‘해외송금 받기’ 서비스도 함께 내놨다.
◆체류기간 관리 프로세스 구축…“여신·외환 포트폴리오 단계적 확장”
외국인 금융 서비스 출시와 함께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 기술도 대폭 강화됐다.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의 계좌가 대포통장 등 전자금융사고에 악용되지 않도록 체류기간 관리 프로세스를 신설해 만료 시 단계적으로 거래를 제한한다. 또한 피부색과 얼굴 골격 차이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안면인식 시스템을 독자 구축하고, 이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및 신분증 사본 탐지 기술과 연동해 보안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서비스 출시를 기점으로 수신과 외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신 부문에서는 내년 정기 예·적금을 순차적으로 개시하며, 외화통장과 연계해 월급을 원화로 받아 원하는 시점에 환전 및 송금할 수 있는 종합 외환 서비스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대출 등 여신 서비스에 대해 배 캠프장은 “체류기간 한계와 외국인 특화 신용평가모델 구축 등 해결해야 할 리스크 관리 과제가 있는 만큼, 철저한 검토를 거쳐 중장기 과제로 단계적 접근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