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가 또다시 흉기 난동을 벌여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가해자 10명 중 8명이 이미 전과를 가진 상태였다는 연구 결과가 재조명받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9분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A씨가 흉기를 휘둘러 시민 9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7분 만인 오후 1시 56분경 A씨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법무부 확인 결과 A씨는 살인미수 등 전과 9범으로, 지난 2019년부터 전자감독 대상에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자발찌 등 관리 체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가해자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심 판결이 선고된 이상동기 범죄 244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80.3%(196명)가 범행 당시 이미 전과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과 횟수별로는 ‘16건 이상’이 21.7%(53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다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어 △6~10건(15.6%, 38명) △11~15건(11.9%, 29명) 순이었다. 과거 폭력이나 상해 등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가해자도 43.9%(107명)에 달했다. 전과 유형은 폭력·상해(23%)가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11.7%), 재물손괴(10.8%), 절도(8.5%), 사기(7.7%)가 뒤를 이었다.
가해자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해자의 51.6%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44.3%는 정신과 치료 이력이 확인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타인에게 분노를 전가하거나 무차별 표출하는 ‘만성분노형’이 154명(63.1%)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망상·환각 등에 의한 ‘정신질환형’은 66명(27%), ‘현실불만형’은 24명(9.8%)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신질환형의 경우 가해자의 87.9%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만성분노형(38.2%)이나 현실불만형(37.5%)에 비해 확연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재범 위험이 높고 치료가 시급한 정신질환 범죄자를 중심으로 정신감정을 확대하고 치료감호명령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재판 단계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검찰과 법원은 전문가 의견조회나 보호관찰소를 통한 판결·청구 전 조사 등을 활용해 이를 적극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기적 처벌을 넘어선 장기적인 사회안전망 구축도 주문했다. 연구진은 “장기 실업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고용·복지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과가 쌓여 만성 범죄자로 전락하기 전, 지역사회 내 상담과 복지 서비스를 통해 구제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이상동기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