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신한은행장의 3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연말 두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근 대규모 인공지능(AI) 해킹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차기 행보는 안갯속에 휩싸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영업 현장과 경영기획, 자금시장 등을 두루 거친 전략·재무통이다. 2024년 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9명이 교체되는 대대적인 쇄신 인사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 역량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2년 임기’를 부여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사상 첫 ‘3연임 도전’이라는 상징적인 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같은 신뢰는 견고한 숫자로 증명됐다. 정 행장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2조4585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은행권 순이익 1위를 탈환하며 신한의 ‘리딩뱅크’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재임 기간 국가고객만족도(NCSI) 9년 연속 1위를 이끄는 등 실적과 고객 신뢰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공들여 쌓아 올린 ‘질적 성장’과 ‘신뢰 경영’의 탑은 예기치 못한 보안 사고로 흔들리고 있다. 정 행장은 평소 생성형 AI 내재화와 디지털 전환을 강력히 드라이브 걸며 보안 체계 확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정보보호 거버넌스 고도화를 위해 정보보호부를 신설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2만5000여건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IT 예산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7%대에 머물러 시중은행 평균인 10% 안팎을 밑돌았다는 지적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칼날도 정 행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본격 도입된 책무구조도 체계 하에서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최고경영자의 내부통제 관리·감독 의무 이행 여부를 가릴 1호 시험대로 삼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융사고에 따른 CEO 법적 책임과 성과급의 최대 50% 환수클로백 요구가 거세진 점도 정 행장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사외이사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역시 과거 50% 안팎을 차지하던 재무 성과보다 배점이 대폭 상향된 ‘위기관리 리더십과 내부통제 준수(컴플라이언스)’ 항목을 엄격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결국 경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현장 검사에서 CEO의 관리 부실 여부가 어떻게 결론 날지가 정 행장의 3연임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신한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3연임의 새 역사를 쓸지, 보안 사고 책임론에 발목이 잡힐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