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짐을 싣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슈퍼카 영역으로 들어왔다. 메르세데스-AMG가 최고출력 1153마력의 순수 전기 SUV ‘AMG GT SUV’를 공개했다. 전기모터 3개와 고성능 배터리를 결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7초에 가속한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과격한 성능으로 시선을 끄는 가운데 AMG는 공간과 일상성을 갖춘 고성능 전기차로 승부를 건다.
메르세데스-AMG가 18일 공개한 신차는 고성능 전기차 전용 ‘AMG.EA’ 기반 모델이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SUV를 고성능으로 개조한 방식과 달리 AMG가 처음부터 자체 개발한 대형 SUV다. GT 53과 GT 55, 최상위 GT 63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1153마력은 미국식 hp 기준 출력이다. 최상위 GT 63의 출력은 860㎾로, 국내에서 주로 쓰는 미터마력(PS)으로는 약 1169마력이다. 앞축에 1개, 뒤축에 2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를 배치했다. 출발 후 1피트를 제외한 롤아웃 기준 제로백은 2.5초, 시속 200㎞까지는 6.8초다. 일반 측정 기준은 각각 2.7초와 7.2초다. 드라이버스 패키지 적용 시 최고속도는 시속 270㎞다.
AMG가 강조하는 또 다른 성능은 지속력이다. GT 63은 순간 최대출력과 별개로 530㎾의 연속출력을 제시했다. 배터리와 구동장치의 온도를 관리해 반복적인 고부하 주행에 대응한다. 차체가 앞뒤로 기울거나 코너에서 좌우로 쏠리는 움직임을 억제하는 능동형 서스펜션과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최상위 모델에 기본 적용한다. 뒤쪽 두 모터가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각각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기능도 갖췄다. 코너에서 필요한 바퀴에 힘을 배분해 큰 차체의 움직임을 다듬는 방식이다.
GT 63과 GT 55는 128㎾h 배터리 선택 시 최대 710㎾의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회사는 적합한 충전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12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최상위 모델의 최대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700㎞다. 주행거리와 성능 수치는 제조사가 공개한 잠정치다. 400㎾ 충전기를 이용할 때 같은 충전 구간의 소요 시간은 16분으로 제시했다.
로드스터와의 비교에는 조건을 따져야 한다. 테슬라는 지난 16일 공개 행사에서 추진장치를 활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 약 97㎞까지 1초 미만에 가속하는 성능을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용 생산을 2028년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목표 속도와 추진 방식이 다른 만큼 AMG의 제로백 수치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AMG는 전기차에도 내연기관의 감각을 담았다. 실제 AMG 엔진음을 기록해 재현하고 가상 변속과 시트 진동을 더한다. 강력한 가속력에 운전자가 익숙한 소리와 반응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SUV의 공간과 장거리 이동 편의까지 함께 제시해 전용 스포츠카와 다른 수요를 겨냥한다.
유럽에서는 오는 20일부터 기본형 GT 53의 주문을 받으며 GT 63과 GT 55는 내년 봄 뒤따르고 미국 판매는 내년 여름으로 예고됐다. 업계 관계자는“로드스터가 극단적인 가속과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라면, AMG GT SUV는 그 성능 경쟁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차체로 확장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