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지는 경기 부진에 지난해 하반기 가파른 금리상승의 여파까지 겹치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급격히 뛰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데다 고유가·고환율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84%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0.92%) 이후 세 분기 만에 갑절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대출은 1483조6000억원에서 1539억2000억원으로 3.7% 늘었다. 이 기간 중 연체액은 13조6300억원에서 28조3600억원으로 108% 급증했다.
연체율 상승엔 금리 부담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5.32%였다. ‘레고사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했던 지난해 11월(연 5.93%)에 견줘선 0.6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이 풀렸던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연 2.97%), 2021년(연 2.98)에 견줘 월등히 높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연 3.67%)와 비교해도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부담은 컸다.
고유가·고환율 등으로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더니 100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선 제조원가,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최근 1350원까지 육박한 원·달러 환율도 수출 기업으로선 부담스럽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말 수출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영업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한 원·달러 환율 수준으로 1262원을 제시했다.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상장사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의 비중은 59.8%에 달했다. 1년 전 50.1%에서 9.7%포인트 상승했다. 10곳 중 6곳꼴로 영업이익으로 빚 조차 갚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 법인 파산은 역대 최대치인 724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2%나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 중 경기 개선세가 더딘 데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병도 의원은 “지난해부터 고금리·고환율이 이어지는 한편, 경기부진도 지속되며 중소기업 여신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면서 “유가 상승 등 여전히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부실 확산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김도성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은 지난 11일 ‘중기 구조개선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로 부실징후기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구조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