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유·청소년 금융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들의 건전한 금융 개념 형성을 돕고 있어 시선을 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경제이해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22년에 발표한 ‘초·중·고 학생 경제이해력 조사’ 결과, 초·중·고등학생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60점 수준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생활과 밀접한 전자상거래 등 관련 문항 정답률은 높은 반면, 경제학 기본개념·원리 문항 정답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환경적 요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가 경제이해력 조사와 병행 실시한 경제교육 실태조사 결과 학생들의 경제지식 취득경로는 학교 수업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TV 방송이나 체험활동이 전부였다.
이는 고스란히 20대 대출 연체율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상환 능력보다 많이 대출을 받으면서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영끌과 빚투 성향, 소득 대비 과도한 지출과 ‘대출부터 받고 보자’는 행태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며 “20대 대출이 ‘무계획 대출’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의 필요성이 커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발맞춰 은행권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 은행원이 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에서부터 뮤지컬 등 공연 형태로 경제 관련 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용돈관리 방법 교육, 화폐의 역사 강좌, 위조 화폐 발견 시 대응법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아이 경제 지식 쑥쑥
우선 신한은행은 2012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한어린이금융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션수행형 금융체험 프로그램인 만큼 아이들이 적금, 카드, 환전 등의 주요 은행 업무를 직접 체험케 하는 게 특징이다. 이 은행은 어린이금융체험교실을 진행하는 금융교육 강사를 은행 직원 중에서 선발한다.
신한어린이금융체험교실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실제 영업점을 가상으로 만들어 놓아 미성년 자녀들이 아직 직접 해볼 일이 없는 통장개설, 카드발급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했다”면서 “주식에 대한 개념을 잡게 해준 실물증권가 뉴스, 주식시세판, ATM기 체험 등 덕에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N키즈 금융학교’도 관심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별 초등학생 저학년(1학년~3학년) 및 고학년(4학년~6학년)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운영된다. 금융교육특강, 금융·직업 체험 참여, 금융교육 리뷰, ‘금융 골든벨’ 참여로 구성됐으며 올해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농협은행은 미래 성장 원동력인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다양화 및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뮤지컬로 경제 배워요
영유아 맞춤형 마술 교육 및 인형극을 지원하는 은행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자행 ‘우리 아이 희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눈높이 맞는 공연 위주의 맞춤형 교육 실시하고 있는데, 인형극 내 경제교육 콘텐츠를 추가했다. 2019년부터 4년간 3만587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경제 관련 마술·인형극을 지원했다. 향후 이 은행은 금융교육 내용이 담긴 어린이뮤지컬 ‘동물 마을 스크루지’를 신규 기획해 협약기관의 추천을 받은 아동복지기관 공연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007년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경제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하나은행 어린이 경제 뮤지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연팀이 직접 학교로 방문해 뮤지컬 형식에 맞춰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와 금융에 대한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공연을 구성한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이 2019년부터 진행 중인 ‘신한 Shining Star’ 프로젝트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분야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이 직접 배우로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을 통해 청소년들의 올바른 금융생활 방법을 알려주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이 은행은 매년 20여명의 학생을 선발해 총 135회의 금융교육 뮤지컬 공연을 개최하거나 공연을 직접 개최하기 어려운 학교에 공연 영상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초·중·고교 학생 15만여명이 직·간접적으로 금융교육에 참여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한은·금감원, 학생 대상 경제강좌·체험 행사 진행
한국은행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경제강좌’를 진행한다. 한은 직원이 강좌를 신청한 각급 학교로 출강하거나 강좌를 신청한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한은에 들러 수강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 예로 초등학생 대상 수업에선 ▲한은의 하는 일 ▲화폐와 인플레이션 ▲화폐 발행의 역사 ▲위조 화폐 발견 시 대응법 등을 가르친다. 통상 20~4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2시간가량 강의가 진행된다.
금감원은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FSS 어린이 금융스쿨’을 운영 중이다. 어린이들의 건전한 금융습관 형성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부모가 신청하면 자녀가 부모와 함께 체험과제를 수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참여자들은 용돈관리, 소비 의사결정, 저축과 투자, 신용, 보험 등 17가지 주제에 대해 17차시에 걸쳐 밀착관리형 온라인 금융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뤄진 3기 프로그램엔 7대1의 경쟁률을 뚫은 35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금감원은 취약계층 어린이들의 금융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찾아가는 FSS 어린이 금융스쿨’을 정식 프로그램으로 도입한다. 금감원이 양육시설을 방문해 17개 주제를 밀착형 대면 수업으로 교육하고, 금감원 직원이 부모를 대신해 복습 내용과 과제를 직접 확인해 피드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