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우며 트라이온스당 23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 10%가량 뛰었는데 향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트라이온스당 2281.8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09%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 금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0만138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3일 오전엔 전거래일 대비 4% 넘게 뛰며 10만원 5000원대까지 상승했다.
금값은 왜 오르는 걸까. 우선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약 1037t 증가했다. 2022년(1082t)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금 매입이 눈에 띈다. 중국의 지난해 금 매입 규모는 225t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국 증시와 부동산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린 점도 금값을 밀어 올렸다. 투자관리회사 가벨리 펀드의 포트폴리오 관리자인 시저 브라이언은 “중국 민간 투자자들은 부동산 부문의 부진에 따라 금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점도 금값 상승의 배경이다. 통상 금값은 금리와 역의 관계다. 즉 금리 하락 시 금은 저금리 환경에서 더 낮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 대비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이 밖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지속하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안전자산인 금 시세를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니얼 갈리 TD증권 상품전략가는 지난 2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일부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금값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값의 중장기 수익률은 S&P500의 수익률을 훨씬 밑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금 현물 가격을 추적하는 ETF의 연평균 수익률은 5.5%로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15.3%)의 약 3분의 1에 그쳤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