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2024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정책 이슈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며 정무위원회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두고 재검토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대로 불법사금융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저축은행, 대부업자, 여신금융기관 등은 법적으로 금융소비자로부터 대출상품에 대해 20%를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법정 최고금리 한도는 2002년 연 66%에서 수차례 인하를 거쳤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7월,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4%에서 현재의 20%로 내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 부담이 낮아지고, 법정 최고금리 상한에 근접한 금리를 지불하던 가계의 대출금리가 인하돼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고금리의 대출을 취급하던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대부업 등은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더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가계에 대한 대출을 하지 않게 되고, 채무를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확률이 높은 가계 대상의 대출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높다.
법정 최고금리 적용을 받는 상품을 이용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취약가구가 대부분이다.
고금리를 취급하는 대부업체는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자금을 구하는 창구로 이용된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현재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과 대손 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한이 20%로 고정돼 대출을 실행할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마진 우려가 발생하는 등 수익성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형 대부업체(25개사) 최근 연체율 현황’을 보면 2022년 6월 6.0%였던 연체율은 2023년 6월 10.9%, 12월 12.6%로 상승했다.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 6월, 15조8764억원에서 지난해 12월 12조5146억원으로 약 21.1% 감소했다. 이용자도 106만4000명에서 72만8000명으로 31.5% 줄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에서도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 이들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빠지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실제로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2019년 5468건에서 지난해 1만3751건으로 약 2.5배 늘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대부업 시장기능을 정상화시키고 불법사금융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에 대한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 또는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면서 “조달금리의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되면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상품에 존재하던 가격 경직성, 즉 대출금리의 경직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