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을 신설하겠다고 제안한 데 의료계가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커지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026년 의대 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의료계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참여 여부를 이달 중순에 결정할 전망이다. 만약 참여가 확정된다면, 여당과 야당이 제안한 의정협의체 구성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전히 2025년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전공의들이 추계기구 신설 논의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 "기구 신설 취지엔 공감"
정부는 의개특위 산하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구는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각 직종별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각 분과에는 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며, 그중 7명은 의료계 각 직종 단체가 추천하고, 나머지 6명은 환자단체 및 소비자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의료계는 이번 발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협 측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의협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추계기구를 통한 논의에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의료계 요청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며 기구 참여의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의협, "의대 정원 감축은 가능하게 보장해달라"
의협은 최근 2025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의협 대변인은 “2026년부터는 의대 정원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며 ‘2026년 감원 가능 보장’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2025년 증원 백지화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의료계와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여러분의 고민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과 발언은 의료계와 정부 간의 대화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은 아직 ‘?’… 여전한 불확실성
전공의들은 여전히 2025년 의대 증원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SNS를 통해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추계기구가 신설되더라도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뿐 아니다. 아직 의료계 내부에서도 여전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추계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전공의나 의대생의 복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에 의사가 과반수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보건의료정책의 최종 결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공급자와 수요자가 고루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