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정책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권가는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 시점은 빠르면 6월부터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인 4.25~4.50%로 결정했다. 이어 미국 성장률 전망을 종전 2.1%에서 1.7%로 내리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2.5%에서 2.7%로 올리면서도 연내 2회 금리 인하라는 기존 통화정책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 활동이 견조하게 확장되고 있으며, 고용시장도 탄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점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며 "긴축적인 통화 정책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경제 전망이 명확해질 때까지 정책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책 결정의 유연성을 시사한 것이다.
국내 증권가는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 시점은 빠르면 6월부터 명확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되면서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경기 둔화 속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를 제외한 대부분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면서 “인건비 부담 완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주거비의 완만한 상승 등이 동반되고 있는 만큼, 관세의 일시적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6월부터 연준은 금리 인하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의 정책금리가 동결되면 한미간 금리 역전폭도 당분간 상단에서 1.75%로 유지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75%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3.50%에서 3.25%로 떨어지면서 인하기에 진입했다. 11월 0.25%포인트 추가 인하됐고, 올해 1월 동결 후 2월 0.25%포인트 떨어지면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내달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