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예금토큰으로 바로 결제...편의성은 과제

예금토큰 전자지갑 모습. 사진=최정서 기자

“예금토큰 결제는 처음인데 신기하네요.”

 

결제에 앞서 QR코드를 생성하는 순간부터 이를 찍는 편의점 직원의 반응까지 낯선 순간의 연속이었다. 프로젝트 한강이라 불리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 일반 이용자 실거래가 지난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는 6월 30일까지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중 신청자들은 예금토큰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 총 참여 인원은 최대 10만명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각 1만6000명씩, IBK기업·BNK부산은행은 각 8000명씩 참가자를 받는다. 은행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반 이용자 사전 모집에 들어갔다. 기자도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가 있는 주거래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사전 모집에 신청을 마쳤다.

 

예금토큰 전자지갑을 개설할 수 있는 1일 오전 10시에 맞춰 모바일 앱을 통해 만들었다. 전자지갑을 만드는 과정은 예금 계좌를 만드는 과정과 유사했다.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과 함께 여러 인증 과정을 거친다. 간편 비밀번호를 만드는 과정도 포함됐다.

 

예금토큰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간편했다. 예금 계좌와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전환 입금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액수를 입력하면 곧바로 전자지갑으로 입금된다. 다시 계좌로 옮길 때는 예금 전환을 누르는 방식이다.

예금토큰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는 모습. 사진=최정서 기자

예금토큰 전자지갑을 만들고 근처 세븐일레븐으로 향했다. 현재는 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는 교보문고,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현대홈쇼핑, 모드하우스, 땡겨요가 있다. 세븐일레븐은 테스트 기간 예금토큰으로 결제 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구매할 물건과 함께 QR코드를 생성해 계산대로 향했다. 낯선 결제화면에 편의점 직원은 다소 당황하며 무엇인지 되물었다. “예금토큰이며, 오늘(1일)부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자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과 함께 QR코드를 찍었다. 결제와 동시에 예금토큰에서 금액이 빠져나갔다.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현금영수증도 가능했다. 편의점 직원은 “예금토큰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는데 신기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군데의 편의점을 들렀는데 직원들 모두 생소한 반응을 보였다.

 

예금토큰은 사용처가 판매대금을 즉시 입금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제 직후 곧바로 소비자 지갑에서 판매자 지갑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실험 기간엔 전자지갑 발급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데 상용화 이후 카드나 페이 등 다른 결제수단과 비교할 때 중개기관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수료는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의성은 다소 아쉽다. QR코드를 생성하는 과정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6자리의 간편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지문, 얼굴 인식과 같은 간편 인증수단은 도입되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디지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게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고객들은 쓰던 것을 계속 쓰는 락인(Lock-in) 효과가 높다”면서 “디지털화폐로 유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요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결제까지 해봤는데 편의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는 진짜 화폐처럼 제조, 유통, 환수, 폐기에 목적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 편의성은 다소 후순위였기 때문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서 “테스트를 끝나고 실제 결제 수단으로써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지급 결제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까지 고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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