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모든 국가에 '10%+α’ 상호관세…26% 폭탄' 韓 비명

FTA 체결국 가운데 가장 높아
미국에 '안보·무역 파트너' 강조 필요
정부 차원 적극적 대응 뒤따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 26%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 조처를 발표했다. 자국이 무역 불균형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자의적인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α’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8위 국가인 한국에 대해 26%의 상호관세를 매겼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관세율이다. 한국으로선 이미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이어 상호관세의 직격탄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기사 2∙3∙4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오늘은 (미국의) 해방의 날”이라면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5일부터 부과키로 했다. 또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선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9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주요국별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한국도 무차별적인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국가별 관세율이 적힌 설명 자료를 들고 한국에 25%를 상호관세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자료와 백악관 공식 문서의 숫자가 달라 혼선을 빚었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및 행정명령 서명을 마친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 상호 관세와 관련해 게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26%로 나왔다.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확인 요청에 백악관 관계자는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수치(26%)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이번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부과하기로 결정한 25%의 품목 관세가 이날 오후 1시1분을 기해 정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이 시점부터 미국으로 수출 시 25%의 관세가 붙게 됐다. 반도체도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별 관세 대상에 올랐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업종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에 대응해 정부 차원에서 관세율 조정을 위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대상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제외된 점을 들며 “이는 분명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황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안보 및 무역파트너라는 걸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철강 등에 부과된 높은 관세가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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