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내고 덜 받는 '5세대 실손'] 보험료 낮지만 보장도 줄어…비급여 표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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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라면 보험료로 월 5만4300원(A보험사 기준)을 내야 하지만, 5세대 실손이라면 1만원 초반대(특약 1개 선택시)로 책정된다. 

 

# 2017년 5월 실손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손경희(가명·34세)씨는 7년 후면 5세대 실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손씨는 “보험료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비급여에 대한 보장이 적어지는 5세대 실손으로 전환되는 게 한편으로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남편 회사의 단체 실손보험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5세대 실손보험이 올해 말 출시된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 범위(급여의 본인부담금·비급여)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실손보험은 출시 시기와 보장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1세대와 2세대 초기의 경우 자기부담률이 없거나 낮고, 보장 범위 또한 넓다. 약관의 재가입 주기도 없어 100세 만기로 가입하면 만기까지 약관변경 없이 상품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2013년 4월 이후 나온 2세대 후기와 3·4세대는 15년 또는 5년 주기로 새로운 실손으로 재가입해야 한다. 

 

나중에 나온 세대일수록 보장 범위와 한도가 줄어 보험가입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상품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2021년 7월, 기존 실손보다 보장은 축소하고 보험료는 낮춘 4세대 실손이 나왔을 때 1년 치 보험료의 50%를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전환율은 2%대, 가입률은 10%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실손보험이 사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낮은 자기부담으로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과다 이용해 비급여가 확대되고 의료인력들이 비급여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며,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 정책 효과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개선을 추진해왔다.  

 

4세대가 나온 지 5년 차가 되는 올 연말 나오는 5세대 실손은 전체적으로 4세대와 유사한 구조지만, 급여 외래 진료는 본인부담률이 건강보험과 연동되면서 인상되고,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관리급여가 도입된다. 

 

다만, 관리급여의 항목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의료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체계의 왜곡 현상을 가속화시킨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손보험을 시기마다 개선해 내놓는다 해도 비급여에 대한 근본적인 설계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급여에 대한 표준화 등록과 항목별 이용량, 진료비용 등을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비급여 진료 남용을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작업을 병행할 필요성도 크다. 정부는 1·2세대 실손 가입자를 대상으로 계약 재매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가입자에게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올 하반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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