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약계층 빚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이 본격화한다. 정부의 정책에 총 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절반은 2차 추가경정예산, 나머지 절반은 금융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배드뱅크 설립 내용이 담긴 2차 추경안이 의결됐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안에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내용이 담겼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하는 채무조정 기구, 이른바 배드뱅크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빚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원대상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금융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다. 배드뱅크 설립 소요 예산은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규모에 5%의 평균 매입가율을 적용한 것이다. 배드뱅크에선 이들 채권을 평균 5% 선에서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후 철저한 소득·재산 심사를 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결정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은 2차 추경으로, 나머지는 금융권 지원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년간 세수 결손이 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총 30조5000억원의 세출·세입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조8000억원에 이르는 국채를 추가 발행한다. 그밖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으로 2조5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으로 3조원을 각각 마련한다.
추경 재원을 국채에 의존하게 되면 재정지표는 그만큼 악화하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3조9000억원에서 110조4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4.2%로 높아진다.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포괄한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0%로 50%에 근접하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년 새 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나머지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은행권 역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2023년 10월 발표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라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금을 또 한 번 조달해야 하는 것에 아쉬운 반응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장기 미회수 채권을 처분하면서 건전성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민생금융 지원 때보다 부담은 적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은행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면서 “7년 이상 연체채권의 대다수는 은행 고객이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은행권에서만 요구하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7년 이상 연체채권을 은행에서 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재무제표상에서는 손실 처리 됐을 수도 있다”면서 은행들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빚 탕감 부분에서 적은 규모는 아니다. 그동안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특별 출연을 하거나 저신용자들을 위해 재원을 더 늘린 것들은 있었다. 다만, 빚을 탕감하는 방향으로는 과거와 비교하더라도 적은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