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배드뱅크의 명암] 성실하게 상환한 서민들 ‘분통’…“재기 기회” vs “성실 상환자 역차별”

정부가 부실자산을 사들여 처리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개인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해 논쟁이다. 서울 시내 상점가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개인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해 논쟁이다. 부실자산을 사들여 처리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이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줄여주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개인을 비롯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지원한 정책 대출 중 올 9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과거에도 정부 또는 민간 주도의 배드뱅크를 통해 채권 채무를 조정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3년 상록수유동화전문회사, 2004년 한마음금융, 2005년 희망모아금융, 2008년 신용회복기금, 2013년 국민행복기금 등으로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평균 55%의 원금감면이 됐다. 

 

한은이 낸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대출의 증가세 및 채무상환위험 평가 보고서’에서는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산재된 채권·채무를 단기간에 효율적으로조정함으로써 금융기관은 부실자산을 처리해 자산건전성을 회복하는 한편, 자영업자는 감내가능한 수준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신속하게 경제활동에 복귀하는 등 금융시스템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인의 빚을 정부가 갚아주는 건 다른 채무자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고, 성실히 빚을 상환한 사람들에게는 허탈감을 안겨준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논란이 되는 건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개인 채무자의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이다. 중위소득 60% 이하로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으면 빚을 100% 탕감해주고, 회생·파산이 인정된 재산 외에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어 파산 수준에 이르는 경우에 부채는 전액 소각된다. 개인파산은 아니지만 상환능력이 부족하면 원금을 최대 80% 감면해주고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때문에 배드뱅크를 통한 채무 탕감이 성실하게 빚 갚은 이들에게는 역차별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국가가 금융 취약계층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글에 ‘(빚 때문에) 돈 아끼며 사는 사람들은 뭐냐’, ‘빚 탕감 정책을 주기적으로 해주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되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재명 팬카페에서도 ‘차라리 이자나 장기 저리로 갚아야 한다’, ‘빚 탕감을 악용하는 채무자들이 있을까 걱정이다’,‘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정책’ 등의 의견이 있다. 

 

반면 ‘효능 높은 정책이다’, ‘더이상 나아갈 곳 없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길은 열어줘야 한다’, ‘빚을 탕감해준 뒤 (채무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와 경제활동을 해 돌려받아야 한다’, ‘채권 추심을 못 버티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사회안전망이 붕괴하는 거라 재기를 도와줘야 한다’,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 한다’ 등의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덕적 해이 논란은 당연히 있겠지만 (배드뱅크 대상자들을)연체 상태로 계속 두면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법인도 개인도 회생 절차를 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제도권 안에 들어와서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체 경제에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드뱅크는 필요한 사람들 입장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에서는 안 좋은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집행 과정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영 과정에서 선별작업이 잘 이뤄져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