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1973년 이후 최악의 하락세...원·달러 환율 연말 1200원대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낮추라며 압박에 나섰다. 여기에 그치치 않고 차기 연준 의장 조기 지명설까지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 연말 12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0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4% 내린 98.704를 나타냈다. 이는 2022년 3월 1일(96.608)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달러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반기 달러인덱스는 10.8% 하락했다. 지난 1월 13일 109.96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기준 96.76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중 달러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인 것은 1973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처음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하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당신은 언제나처럼 너무 늦다”고 적었다.

 

최근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동결한 연준을 겨냥한 발언이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가 들어선 후 4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차기 연준 의장 조기 지명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사임을 종용하는 가운데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의 뜻에 따를 것”이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무역정책, 국가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 건전성 우려 등이 영향을 끼치며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매력이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원화값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증시 외국이 유입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경기 반등 기대도 더해졌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35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장중 달러 약세 흐름이 계속됐고 원·달러는 분기 말 네고 물량이 출회되면서 하락 폭이 심화했다”면서 “달러인덱스는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하락했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약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된다. 달러는 미 국채 금리와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보고서에서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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