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패권 잡아라] 국가 주도 발전 이룬 중국…글로벌 공급망 장악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재생에너지 선두 국가로 올라섰다. 시 주석이 관영 중국중앙(CC)TV 생중계를 통해 2025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신화/AP통신

 인류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활용한 에너지원에 의존해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됐지만 심각한 환경 오염이 초래됐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에 직면한 지금, 전 세계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을 2030년까지 실현할 방침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꼽을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약 12%다. 2012년 3% 수준에서 9%포인트 급등했다. 태양광과 바람은 무한하고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나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 광풍이 불고,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주권 확립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중국은 국가 주도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원료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장악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에너지 대전환을 지시했다. 당시 중국은 석유와 석탄 수입에 의존했던 에너지 취약국이었다. 중국은 단순히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전 산업구조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했다.

 

 특히 중국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 12차(2011~2015년)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전력망 건설을 확대하며 신재생 에너지 시장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이후 성장에 속도를 붙여 현행 14차 5개년 계획에는 대규모 풍력·태양광 발전단지 건설 확대 정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총 설비용량이 약 1482GW(기가와트)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도 ▲풍력·태양광·수소·저장 통합 건설 확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참여 업종 확대 등 23개 관련 정책을 제시하면서 탄소피크·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재생 에너지 산업 내 시장 장악력은 원가경쟁력에 따른 것으로 평가되는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중국 정부의 지원에 토대를 둔 수직계열화와 생산 단계의 효율성 제고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한 생산용량을 기준으로 2021년 중국의 공급망 점유율은 셀 부문에서 90%, 모듈 부문에서 80%로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정 국가에 생산시설이 집중되는 것은 태양광 설비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는 장기적으로 공급망 무기화 등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쟁 심화로 인해 심각한 공급 과잉이 발생함에 따라 태양광 모듈가격이 또 한 번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중국 제조사들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하위권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났다.

 

 중국은 올해 들어서도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을 폭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은 태양광 198GW, 풍력 46GW의 설비를 신규 설치했다. 이는 인도네시아나 튀르키예의 전체 전력 생산량 수준에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은 5월 한 달 동안 태양광 설비 93GW를 추가 설치했다. 초당 100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셈이다. 같은 기간 풍력 설비도 26GW에 달하며, 이는 약 5300개의 풍력 터빈 규모다. 중국의 누적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도 이미 1000GW를 돌파했으며, 이는 전 세계 태양광 설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상당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 신규 설치용량은 964㎿(메가와트)로 국내산(671㎿)보다 많았다. 직류 전기를 교류로 전환해 송전망으로 보내는 핵심부품인 태양광 인버터의 중국산 점유율은 90% 수준으로 국내 시장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기술 육성 및 국산화 정책이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정부 연구개발(R&D) 자금과 기업 투자를 매칭하고,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 시장을 조성해 글로벌 테스트 마켓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입을 저지하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