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다시금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외산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자립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에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사진)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공급 인프라 확대,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로부터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들었다.
◆5년 단임제의 함정… 재생에너지 정책 일관성 확보가 우선
전 교수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정권 교체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는 점을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다 보니 아무래도 에너지 정책이 지속적 방향성을 갖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이다. 공식적으로 정책을 철회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증가율이 오히려 감소했던 측면이 있다.
정책의 잦은 변동은 업계뿐만 아니라 공공 행정 전반에 혼란을 야기한다. 전 교수는 “사업자나 관련 공무원 입장에서도 5년마다 정책이 바뀌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 간 에너지 인프라의 불균형도 문제로 꼽았다. 전남, 제주 지역 등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집중돼 있지만 정작 에너지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는 송전 인프라가 부족해 전력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발전 사업자들의 불만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
실제 재생에너지 보급률 역시 저조한 상황이다. 독일과 영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긴 반면, 한국은 10%를 간신히 넘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 편중에서 벗어나 풍력 발전 병행해야
전 교수는 기술 구성의 편향성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독일은 풍력이 태양광보다 두 배가량 많지만, 한국은 풍력이 태양광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지형적 제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람은 야간에도 불 수 있어 태양광과 상호보완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태양광 중심의 구조는 에너지 수요와 생산 사이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수급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풍력 발전은 특히 산업 연계 효과가 크다. 전 교수는 “풍력은 조선, 철강, 기계, 건설 등 전통 제조업 전반과 연결돼 있다”며 “해상풍력을 포함한 풍력 산업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안정성과 산업적 파급력을 동시에 고려해, 태양광과 풍력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견제는 기회… 국산 기술로 ‘틈새시장’ 노려야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전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024년 기준 세계 10대 태양광 모듈 공급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 분야에서 70~8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국내 관련 업계가 기술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틈새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 교수는 이를 위해 기술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차세대 태양광 패널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고효율 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태양광 셀의 발전 효율이 20~25% 수준인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셀은 최대 35~40%에 달하는 전환율을 자랑한다. 풍력 부문에서는 중국이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의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이 전략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을 조속히 실증하고 상용화하는 게 중요하며, 특히 공기업이 선도적으로 실증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주도의 실증과정은 향후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고,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신뢰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장 보호로 시간 벌어야… 핵심 장비 국산화 전략 필요
기술 자립과 제조 자립을 위한 정책적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는 게 전의찬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기술력도 높아, 저가 고성능 제품을 다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초기 단계에서 국내 산업이 생존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해야 하며, 중국 기업과의 직접 경쟁을 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풍력 발전소에는 반드시 국산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상풍력 터빈과 같은 핵심 장비는 국내 기술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R&D 투자와 실증 사업 추진이 필수다. 공기업이 실증 단계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신뢰성과 품질 기준을 확보해 나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의찬 교수는… 세종대에서 대외협력처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APEC기후센터 이사장, 한국환경공단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 지자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중이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과 국가기후환경회의 수송생활저감위원장,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정부 지정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면서 기후변화·탄소중립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