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0% 넘게 성장”... K-조선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이곳’

인도가 국내 조선 업체들에 잠재적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ochin Shipyard Limited, CSL) 전경. HD현대 제공

 K-조선이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매년 60%씩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조선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도는 전체 무역 물량의 약 95%를 해운에 의존하고 있으나 자국 조선업이 취약해 해외 선박을 빌리는 데만 연간 약 110조원을 쓰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현재 세계 조선 시장에서 점유율 1% 미만인 인도의 조선업 역량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도 해양부(MoPSW)가 수립한 중기 전략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에 따르면 인도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 조선 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인도 정부는 장기 해양산업 발전 로드맵인 ‘해양산업 암릿 칼 비전 2047’을 통해 지속가능한 항만 개발과 조선업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2047년까지 세계 5위 조선 국가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올해 약 2500억 루피(약 4조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Maritime Development Fund)을 조성했다. 자국 조선산업과 해양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저리 대출, 보조금, 세금 인센티브 등 다양한 형태의 재정지원을 포함하는 선박건조 금융지원정책 2.0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인도 조선업은 폭풍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켄 리서치(Ken Research)에 따르면 인도 선박건조 및 수리 시장은 2022년 약 9000만 달러(약 1200억원)에서 지난해 11억2000만 달러(약 1조5300억원)로 12배 이상 성장했다. 향후 2033년까지 연평균 60% 넘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파인엑스트라 리서치는 인도 조선업 시장이 오는 2033년까지 81억2000만 달러(11조9550억7600만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조선업 육성에 고삐를 죄는 인도는 최근 K-조선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의 조선업은 긴 건조 일정과 일관되지 않은 품질 기준, 현대식 조선소 부족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세계 최정상급의 기술력과 건조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의 투자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쉬리 티케이 라마찬드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과 인도 국영 조선소 코친십야드의 마두 나이르 대표 등은 지난해 12월 방한해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조선소의 건조능력을 직접 살펴본 후 인도 현지 조선소 설립, 기술 이전 등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업체들도 인도 현지 진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HD현대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투투쿠디(Thoothukudi)와 쿠달로르(Cuddalore) 지역에 임직원을 파견하고, 인도 최대 건설사인 Larsen & Toubro(L&T)와 협력을 논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인도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ochin Shipyard Limited, CSL)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친조선소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있는 인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인도 정부가 67.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인도 및 해외 시장에서의 선박 수주 기회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세계 1위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조선사업 경쟁력을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역시 인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화오션 대표단은 지난 1월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있는 힌두스탄조선소(HSL)를 방문하고 인도 조선업 담당 부처인 항만해운수로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도 조선업 시장의 잠재력이 풍부한 건 사실이다. K-조선에 잠재적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불거졌으나 실제 협력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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