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투자가 부동산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한국 경제의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고 배당을 늘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을 비롯한 여러 투자처로 분산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집값 안정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연일 증시 부양 의지를 밝히면서 취임 17일 만인 지난달 20일 코스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한국 주식 시장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상법 개정안도 여야가 합의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부동산으로 쏠리는 돈을 원천차단하는 초강력 부동산 규제까지 내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 등에서 금융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의 흐름이 부동산으로 흘렀기 때문으로 본 것이다. 유례없는 부동산 대출 규제에 시장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대출이 막히면서 고가 주택 구매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시중 자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 투자할 가능성은 낮지만, 주택 구매가 막히면서 모아둔 자금을 증시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 통과 등 증시 활성화 대책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것보다는 증시로 유입되는 것이 모험자본 공급과 혁신 기업 육성 등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수요, 실수요에 모두 부정적인 조치다.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시장 유동자금이 부동산 쪽에 많이 묶여 있었다”며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하고, 자본시장으로 세제 인센티브가 이뤄지면 자금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과 증권가 등 전통 금융권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이나 결제 등에서 수수료를 절감하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등 실물 화폐보다 효율성이 크고 은행의 대체재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지급결제 산업 재편의 변곡점이 될 수 있으며, 초기 사업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정부 프로젝트 수주 이력과 IT 인프라가 풍부해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가도 오르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인 자체가 아닌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식으로 이동한 것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투자자로선 자산 가치보다 변동성을 더 따진다”며 “최근 주식은 종목만 잘 고르면 크게 오르지만 코인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의 법정 통화 대체재 기능이 부각되며,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책의 효과를 살피며 추가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투자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수단 또는 투기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며 대체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