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여전히 ‘낮은 수준’…건설 부진·美 관세 부담 지속”

2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의 상가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가 여전히 ‘낮은 수준’의 경기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의 극심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까지 제조업과 수출에도 부담을 주면서 경기 전반의 회복세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KDI는 8일 발표한 2025년 7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가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경제 침체가 쉽사리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인식이 이어졌다. 이어 “제조업도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생산 증가세가 약화됐다”며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며 내수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다가오며 통상 관련 불확실성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202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제 위축세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5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8% 줄었다. 광공업 생산 증가 폭이 크게 줄고 건설업 부진이 심화하면서 전월 0.5%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20.8%를 기록해 전월(-21.1%)과 유사한 수준의 극심한 위축세를 보였다. 주거용·비주거용 건축 모두 부진했으며, 토목 부문도 플랜트 중심으로 크게 감소했다.

 

미국 관세 인상 영향으로 수출은 낮은 증가세에 그쳤으며, 통상 불확실성도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6월 수출은 전월(-1.3%)에서 4.3% 증가로 전환됐지만, 이는 선박 수출(67.4%)의 일시적 급증 영향이 컸다. 대미 수출은 자동차(-16.1%) 관세 부담이 계속되면서 1.9% 증가에 그쳤고, 대중 수출도 반도체 부진(-6.2%) 영향으로 소폭 감소(-0.4%)했다.

 

내수 측면에서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했다. 승용차(13.4%) 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급증했으나, 승용차를 제외하면 1.6% 줄었다. 품목별로는 가구(-10.8%), 화장품(-8.5%), 가전제품(-6.1%)이 부진했고,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1.0%), 교육서비스업(-0.9%) 등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노동시장도 둔화세가 이어졌다. 5월 취업자 수는 기저효과에 주로 기인해 증가 폭(19만4000명→24만5000명)이 확대됐으나,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는 4만4000명 감소했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회복됐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8.7로 전월(101.8) 대비 큰 폭 상승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점차 완화되고 2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향후 소비 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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