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대신 숲을 봐야 한다.
곳곳에서 ‘비싸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골퍼들의 관심이 해외로, 다른 종목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결국 정부가 개입했다. ‘그린피(골프장 코스 이용료)를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2022년 총선을 앞두고 골프 대중화 정책을 발표했다. 골프장 분류를 변화시켜 가격 규제를 보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대중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회원제과 비회원제으로 나누되, 비회원제 가운데 이용료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대중형은 그린피 상한제를 지켜야 한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성수기 그린피 평균가보다 3만4000원 적은 금액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3만4000원은 회원제 골퍼 1인당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을 합한 금액이다. 대신, 각종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골프업계는 틈을 노렸다. 그린피 제한을 수용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시간대별 그린피 가격에 차등을 뒀다. 몰리는 시간대의 그린피 가격은 크게 올리고, 그 밖의 시간대는 낮추는 꼼수를 펼쳤다. 현실과 정책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이용객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서울 사는 김준호씨는 “정부의 규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되레 주말 예약만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골프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그린피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요금 상한을 위반해도 처벌조항이 미비해 제대로 된 제재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오히려 역효과까지 우려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규제가 자칫 상한선 내에서 자유자재로 가격을 인상해도 된다는 식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중화를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과거의 시선에 머물러있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골프를 여가시설이 아닌, 일부 특수 부유층에게만 허용된 사치행위로 보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정부의 대책마련도 가격 허들을 낮추는 데에만 맞춰져 있다. 카트비, 식음료 등 부대시설 쪽까지 신경 쓸 여력이 보이지 않는다. 대중의 심리적 문턱을 내리는 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매번 근시안적인 규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골프산업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는지, 그 속에서 돈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인지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찾는 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골프장 신규 인허가 규제에 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금을 천편일률적으로 묶는 건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장기화되면 오히려 산업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