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불러왔던 골프산업의 황금기가 엔데믹 시대와 함께 빠르게 저물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5에 따르면 2022년 40%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전국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0.3%까지 감소했다. 타 산업과 비교해 여전히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이지만, 2년 사이에 10%가량 급감했다는 것은 산업 전반에 걸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골프협회(KPA)가 지난해 조사한 2023 한국골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골프활동 참가자(골프 1회 이상 경험) 비율도 16.9%로 2021년(31.5%) 대비 크게 하락했다. 심지어 이 중 신규 참가자는 1.2%에 그쳤고, 향후 골프를 칠 의향이 없는 비잠재 골프 비경험자는 37.7%로 2021년(24.9%)보다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골프를 외면하는 이유, 역시 비용이다. 2023 한국골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골퍼들의 월평균 골프장 지출 비용은 45.8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각종 장비, 골프웨어 구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취미라 부르기 어려운 소비가 뒤따른다. 당초 골프 붐을 몰고 왔던 MZ세대는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층이다. ‘부자 스포츠’로 각인된 골프에서 합리적인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러닝이나 테니스 등으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건 당연했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괜히 ‘내 돈으로는 절대 못 간다’고 하겠나. 특히 라이트하게 골프를 즐기던 젊은 세대들의 이탈은 더 막기 힘들다”며 “골프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인기를 더 키워야 한다고 외치지만,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에 눈이 멀어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멀고도 먼 골프 대중화다. 정부는 2027년까지 공공형 골프장 30곳 조성,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제한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효력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임시방편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 스포츠’로 향하기 위한 본질적인 변화를 고민할 때다. 골프계는 산업 자체가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금과 같은 프리미엄화된 골프장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저가·공공형 골프장의 확보가 필요하다.
골프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공공골프장 비율이 전체 15%에 달한다. 대중형 골프장으로 분류되는 비율도 약 75% 이상이다. 여기에 프리미엄화된 회원제 골프장이 따라붙는 식이다. 당장 공공골프장이 6곳에 그치는 한국과 크게 비교된다. 골프계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해 간소하게 골프를 즐기는 3홀·9홀 골프장 확산도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골프 문화 개선도 절실하다. 접근성을 낮추는 엄격한 복장 문화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은 골프를 국민들이 여가 스포츠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인식 전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실제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도 지난 여름 폭염으로 대회 한정 반바지 착용을 인정하는 등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는 중이다.
타올랐던 골프 불꽃이 일순 사그라질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다. 지속가능한 대중화를 향한 대승적인 논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