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방침이다. 또 한국 방위비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강조해 관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과 발표 시기 및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20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우리는 곧 의약품에 대한 무엇인가를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미국으로) 들어올 시간을 1년이나 1년 반 정도 줄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들이 의약품이나 다른 것들을 나라(미국)로 가져오면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에 있는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1년에서 1년 반 정도 제공하고 이후에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의약품, 구리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품목이다. 해당 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상무부 장관이 특정 품목의 수입이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 조사한 뒤 그 위험을 어떻게 완화할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 제출하고, 이후 대통령은 90일 이내로 상무부 장관의 결론에 동의하는지, 장관이 권고한 수입 규제 등의 조치를 이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내각 회의 후에 CNBC와 한 인터뷰에서 “구리는 조사를 마쳤고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관세를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발표하고 관련 포고문에 서명할 계획이라면서 구리 관세는 7월 말이나 8월 2일에 발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과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도 언급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당신(기업들)이 (미국에서) 만들 시간을 1년 반, 어쩌면 심지어 2년을 주고, 그 이후에는 관세가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세부 사항은 이달 말에 나올 것이며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방위비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 역시 관세를 언급하는 도중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에 대해 언급하다가 갑작스레 한국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지만 그들은 군사비(주한미군 주둔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면서 “그들은 자신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에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요구해 30억 달러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에도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8월 2일까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고서 한미 양국간 막바지 통상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